12월 한 달 내내 편집실은 정신없었습니다. 신년호 <투데이리뷰> 기획과 관련한 취재 때문이었습니다. 두 번의 기획을 바꾸면서 결정한 것은 한 눈에 IT 업계 트렌드를 볼 수 있도록 꾸미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2008 대한민국 IT 트렌드 28’입니다.

그런 다음 누구를 대표주자로 인터뷰를 할 것인가를 논의했습니다. 여러 분이 논의됐지만 그동안 독자의 반응이 뜨거웠던 이어령 교수를 다시 모셨습니다. 웹2.0 등 어려운 기술적 이슈들을 문화, 사회적으로 대중에게 가장 쉽게 전달하는 석학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디지털 시대의 한국, 한국인의 키워드로 ‘창조’를 제시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창조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새해를 맞이해 부탁한 덕담이었습니다.

“우리 말에는 ‘버려’라는 말이 많습니다. 먹어버려, 잊어버려 등등이죠. 버려야 새물이 고입니다. 버리고 또 버리고 새로운 것을 버리고, 그러다보면 창조의 한복판이 되는 것입니다.”

이어령 교수의 덕담은 지금 현실에 가장 적합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확산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입니다.

크게는 정치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려는 말도 안되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직하게 살면 피해를 본다’는 비상식적인 관행 등이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구석 구석에 부패가 만연돼 있기도 합니다.

시야를 좁혀 당장 IT 업계만 봐도 그렇습니다. IT서비스 업체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업체와의 말도 안되는 하도급 문제가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시장질서를 흔드는 세력도 있습니다. 독점이라는 무기로 소비자까지 옭아매려는 세력도 있습니다. 정치 집단 혹은일부 세력의 아전인수격인 해석으로 IT 정책이 흔들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항상 있어 왔던 일이고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2008년 무자년(戊子年)을 맞이해 악습들은 모두 버렸으면 합니다. 잠시의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IT Today도 버리는 행위에 동참하겠습니다. 지난 5월 창간호 발간 이후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독자를 위해 더 뛰어다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일과 나태와 만족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점도 있습니다. 그런 게으름을 버리겠습니다. 다시 뛰겠습니다.

‘매거진 속의 책’이라는 신개념이 독자들을 얼마나 기쁘게 해드렸는지 반성합니다. 2월호부터는 전문성 강화와 더불어 읽을거리를 더 많이 드리기 위해 더 뛰겠습니다.

이제 2007년 정해년(丁亥年)의 마지막 해와 함께 버려야 할 것을 모두 버리고, 창간초기의 마음으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저희 안의 삿됨으로부터 정성과 진실의 길을 나가겠습니다.

이병희 기자 shake@ittoday.co.kr

<이 기사는 IT Today 1월호에 게재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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