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신한은행의 강원지역 대형 거래처 중 한곳인 강원랜드가 주거래은행을 바꾼다. 강원랜드는 1998년부터 수의계약을 통해 주거래은행으로 신한은행을 이용해왔으나, 최근 감사원이 주거래은행 선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올해부터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은행 경쟁 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신한은행이 강원랜드를 고객으로 사수할 수 있을지, 다른 은행이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될지 주목된다. 

23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강원랜드가 오는 6월 주거래은행 경쟁 공고를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1998년 창립 후 강원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선택했다. 당시 강원랜드는 지역 은행과 협력한다는 명분으로 강원은행과 거래했다. 이후 강원은행이 조흥은행에 인수되면서 주거래은행이 조흥은행으로 바뀌었고, 다시 조흥은행이 신한은행과 합병하면서 신한은행이 주거래은행이 됐다. 사실상 신한은행이 1998년 이후 계속 강원랜드의 주거래은행으로 활동해 온 것이다.

신한은행은 그 과정에서 카지노 업무의 특수성 등을 고려한 금융서비스와 시스템을 제시해 강원랜드의 주거래은행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19년 12월 감사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감사원은 강원랜드가 수의계약 형태로 신한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선정하고 있는 것에 문제가 있다며 공개경쟁 방식을 도입할 것을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신한은행의 카지노 출장소의 임대료 산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랜드와 신한은행은 2018년 8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임대료 계약으로 보증금 60억원에 연 임대료 4392만 원을 적용하고 있다. 감사원이 지적한 것은 임대료를 재산정해 임대수익을 높이라는 것이다.

강원랜드의 ‘신한은행 임대차 계약 관련 감사원 통보에 따른 검토결과 보고’ 공문

이에 따라 올해 1~2월 강원랜드는 감사원 지적 사항에 대해 검토했다.

디지털투데이가 입수한 강원랜드 내부 자료인 ‘신한은행 임대차 계약 관련 감사원 통보에 따른 검토결과 보고’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경쟁입찰과 임대료 재산정을 하기로 결정했다.

강원랜드는 검토결과 주거래은행 역할을 다른 은행에서도 할 수 있다고 보고 임대차 계약을 공개경쟁으로 체결한 후 계약된 은행과 주거래은행 업무를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주거래은행 변경 시 혼선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기존 신한은행과 다른 은행이 업무를 공존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 강원랜드는 임대료 재산업을 위한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5월 계약 방식 변경에 따른 계약조건을 검토한다. 6월 실제 입찰공고에 나설 방침이다. 입찰공고 후 최종 선정까지 약 2달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강원랜드 카지노에 입점하는 은행의 윤곽이 8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강원랜드 관계자는 "올해 (주거래은행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을 추진하려는 것은 맞다"면서도 "신한은행과 계약이 연말까지 돼 있다. 시간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강원 지역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거래처들 중 하나로 손 꼽히고 있다. 강원랜드는 2019년 1조5176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카지노의 고객들도 강원랜드 신한은행 지점을 이용하고 있다. 그동안 카지노를 이용하는 고객들 중 편안한 금융서비스를 위해 신한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고객이 된 사례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강원랜드가 주거래은행, 카지노 지점 입점 은행 선정에 나설 경우 신규 거래처 확보를 위해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씨티은행 등 시중 은행들이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강원랜드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신한은행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적한 임대료 문제는) 강원랜드가 제시한 내용으로 계약을 한 사안이기 때문에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주거래은행 선정이) 만약 경쟁입찰로 바뀌게 된다면 신한은행도 경쟁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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