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KAIST 교수의 좌충우돌 동영상 강의 제작기
한 KAIST 교수의 좌충우돌 동영상 강의 제작기
  • 정리=박인성 인턴기자
  • 승인 2020.03.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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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집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오프라인 강의 가치 '더 빛날 것'
코로나19 남은 과제는...'시간의 활용과 생존문제 해결'

코로나19로 전국 대학들이 동영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전혀 원격강의를 진행하지 않았던 강의가 갑자기 사이버 형식으로 진행되다보니 학생은 물론 교수들도 여러가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19일 원유집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가 자신의 동영상 강의 제작 경험담을 SNS에 소개한 내용을 원유집 교수의 허락을 받아 전재한다. 

  

약 3주전 강의를 인터넷으로 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동영상 녹화를 해서 올리거나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강의를 진행하라는 것이다. 

동영상 녹화만 하면 자유라는 생각에 동영상 녹화를 택했다. 한시간 분량의 강의를 녹화하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녹화하느라 새벽한시에 귀가하고, 이튿날 9시30분부터 나와서 다시 녹화를 했는데도 그렇다.

10분간 녹화를 했다. 그리고 다시 틀면서 불필요한 내용(중간에 '어~', '음~', 이런거) 다 빼니까 1분 30초 분량의 녹화가 나온다. 10분 녹화한 것을 두번 정도 들어야 어디가 불필요한지를 알 수가 있다.

예전에 동영상 강의 제작 경험자가 "한시간 동영상 제작하는데 약 40시간이 걸린다"고 했을때 나는 속으로 '저 양반 뻥이 좀 쎄신걸'' 했다. 내가 무슨 충무로 영화감독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데, 해보니 거의 그정도 걸린다. 방송국 편집실이 먹고 사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크를 멀리떼면 소리가 안 들리고, 가까이 대니까 숨소리까지 다 들린다. 팟캐스트 하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긴 마이크를 앞에대고 있는 이유가 다 있다.

녹화중에 온갖 배경 잡음이 의외로 많다. 비행기가 이착륙은 왜이리 잦은지. 대전에 공항 있다는 소리 들은적이 없다. 밖에서 부는 바람소리가 거의 태풍소리처럼 들린다. 방에 가구가 하나도 없어서인지, 녹화된 목소리를 들어보면, '웅웅' 울린다.

유튜버들 정말 존경스럽다. 아무나 하는 것 아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서울 주요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실시한 지 이틀 째인 17일 오후 서울 한 대학가 인근 카페에서 대학생 및 시민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두번째 시간이다. 실시간 스트리밍 수업을 진행하면서 전원 인터넷으로 접속해 출석을 부른다 했다. 40여명의 학생이 접속을 했다. 강의 시스템도 테스트 해 볼겸, 학생들 얼굴도 볼겸이다. 화면에 작은창이 40개 뜬다. 와~,... 이게 이제 되는구나.

제일 부담스러운 것은 카메라에 비친 내 모습이다. 깜놀이다. 요즘 카메라 품질이 너무 좋다. 내 피부가 이렇게 안좋은가? 그동안 살이 많이쪘네... 확찐자가 되었다. 파우더라도 좀 발라야 할까? 

학생들도 카메라에 비친 자기 모습이 맘에들지 않는가 보다. 자꾸 머리를 만진다. 질문 하려고 손 든 건지, 헤어스타일 손대는 건지 헛갈린다.

이번에는 강의녹화를 영어로 한다. 내가 영어로 강의한 것을 다시 들어보니, 이게 영어인지 한국말인지 알 수가 없다. 간단히 말해 들어줄 수가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75분 녹화를 처음 부터 다시 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영어실력 향상에 가장 좋은 것은, 자기가 말한것을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라는 가장 평범한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캠퍼스의 온라인화. 아무도 안가본 길이다. 이제까지 말로만 외쳤던 원격강의, 원격교육 등이 이제 실제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으려 한다. 서버는 과부하로 다운되고,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시청하는 부분도 아직 무척 어렵게 되어있다. 금새 정상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프라인 강의가 사라질까? 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파워포인트로 강의하는 것보다 판서를 하는 것이 훨씬 교육효과가 좋다.

강의노트를 나누어 주는 것 보다, 학생들이 직접 노트필기를 하면서 배우는 것이 훨씬 학습효과가 높다. 눈으로만 하는 것보다, 손으로 따라가면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입학한 신입생들하고 이야기를 했을 때에도, 대략 비슷한 의견을 받았다. 전자사전보다 종이사전으로 단어찾고 단어장 정리하는 것이 훨씬 학습에 효율적이란다. 오프라인 강의의 가치가 더욱 빛날 것이다.

앞으로 당분간 최소한,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 시간은 아낄 수 있게 되었다. 하루 최소 두 시간. 이 시간의 효율적 사용 방법을 찾는 것이 개인과 사회의 중요한 이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모임은 어렵다. 혼자하는 '뭔가'를 발굴하는 것이 숙제다.

원유집 KAIST 교수
원유집 KAIST 교수

또한 가족이 많은 시간을 더 같이 보내야 한다. 마찰에 노출될 기회도 많아진다. 심각한 문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의 집은 '휴식'의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업무' 공간과 '휴식' 공간 두 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서로 터치 않하기, 소음 줄이기, 집안일 나눠하기 등에 대한 룰미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하게 부상한 문제는 생존문제의 해결이다.  개인 개인이 힘을 모아서 할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돈을 풀고, 경제를 어떻게 해서든지 돌리고,... 그런거다. 인간의 삶은 결국 오프라인 활동 기반이다. 스포츠, 공연관람, 외식, 여행등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된 생태계가 붕괴직전이다. 앞으로 두 달 간이 힘든 기간이 될 것이다.

생태계의 구성원들이 이 기간을 버틸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이 받쳐줘야 한다. 이것은 정치가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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