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환관들이 주연급으로 나오는 드라마 <왕과 나>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항상 왕의 옆에 서서 잠시 화면 속에서 나오던 내시들이 직접적으로 화면의 정 중앙에 포진돼 그들의 얘기를 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듯합니다.

실제 조선시대 내시들은 왕조의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왕조의 역사를 담은 조선왕조실록에는 내시라는 단어가 2752건이 수록돼 있고. 비슷한 의미의 환관과 내관이라는 단어까지 포함하면 7449건이나 된다고 합니다. 병조판서가 1766건만이 기재된 것과 비교할 때 내시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럼에도 그동안 내시들의 얘기들은 풍경화를 빛내기 위해 한 쪽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처럼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왕을 옆에서 지원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던 내시들의 삶이 상세히 소개된다는 점이 <왕과 나>의 인기 비결 중 하나입니다.

최근 중소 IT업체 사장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온 얘기 중 하나가 <왕과 나>입니다. 평생 왕을 돕던 내시들의 이야기를 다룬 <왕과 나>를 보면서 IT인들도 이제 주체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아니냐는 것이 대화의 핵심요지입니다. 내시와 IT인들을 직접적으로 비유하는 것 자체가 말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직책상 누군가를 끊임없이 지켜보고 지원해야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던지는 농담이었습니다. 항상 뒤에서 묵묵히 일을 하며 지원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그동안 IT는 항상 지원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상황이 그러다보니 IT인들 스스로도 주체적으로 나서기보다는 항상 뒤편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IT 관련부서의 일이라는 것이 잘되면 당연한 것이고, 잘못됐을 경우에는 무한 책임을 져야하는 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갈수록 기업의 핵심경쟁력은 IT를 기반으로 나오기 마련인데, 이 일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위상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왕과 나>를 끌어들이며 화두를 던졌던 한 사장은 IT인들도 주체적으로 나서며 제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고 했습니다. 기업 정보시스템실에서 근무하든,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팔던, 또 밤낮으로 제품 개발에 나서든 간에 당당해졌으면 한다는 것이죠. 하나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중소 IT인들의 바람이었습니다.

이번호 <투데이 리뷰>에서는 IT 거버넌스를 다뤘습니다. 기업 거버넌스의 한 축으로 이제 IT를 직접 통제해야 하는 수준까지 IT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IT의 비중이 커져버린 현 상황에서,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IT인들이 긍지를 갖고 어깨를 폈으면 합니다. 마침 와이브로가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았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국가의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IT인들로서는 자긍심을 가질만한 일입니다.

이병희 기자 shake@ittoday.co.kr

<이 칼럼은 IT Today 11월호에 개재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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