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전세계적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금융그룹 소속 경제·금융연구소들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어 '코로나發 금융위기'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촉발한 태풍을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게 이들 연구소의 경고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경제연구소, 우리금융경영연구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이 잇따라 코로나19 확산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다룬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IBK기업은행 산하 IBK경제연구소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약 0.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IBK경제연구소는 관광 및 항공산업 부진, 소비 약화, 공급망 교란 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동남아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저가항공사와 여행사들이 도산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중국인 매출 비중이 높은 면세점이 직접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백화점, 대형마트 고객이 감소되고 소매, 숙박, 음식점 등 소상공인 피해도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 기아차 등 제조업 분야가 공급망 교란을 극복하고 생산을 정상화하는데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IBK경제연구소는 지난 17일 공개한 IBK경제브리프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도 분석했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최근 기준금리를 0.00~0.25%로 결정한 것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금융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향후 경기 부양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임시 금통위를 개최해 금리를 1.25%에서 0.75%로 인하한 것에 대해서는 추가 금리인하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3월 말~4월 초 발표되는 올해 3월까지 경제지표를 보고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 추이  출처: IBK경제연구소 IBK경제브리프 702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코로나19 사태 지속 시 경제성장률 1.4%"

우리금융지주 산하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3월 경제브리프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을 우려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4월 중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정점에 달한다고 가정할 때 경기 충격은 정부와 한은의 정책 대응에도 불구하고 2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연구소는 도소매, 음식, 숙박, 항공, 여행 등 서비스업 분야에 충격이 불가피하며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로는 -1.3%, 전년 대비로는 1.4%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정부가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편성한 것이 연간 0.2~0.3% 정도 성장률을 지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이를 감안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1.8%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것은 2분기까지 영향을 받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게 되면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내수 타격이 심화되고 국내 제조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경우 성장률은 연간 1.4%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초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2020년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예상했다. 그러나 올해 2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2.1%로 낮췄다. 민간 금융연구소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한국 경제, 중국 의존도 높아 파장 클 것"

하나금융지주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지난 16일 공개한 하나금융포커스에서 경제, 금융시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포커스에 글을 쓴 이종철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2003년 사스가 발생했을 때 중국의 경제 규모(GDP)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3%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약 4배인 16.9%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코로나19 파장이 클 것이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한국은 수출의 1/3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의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입 의존도는 미국 다음으로 높고 중국은 한국의 전자, 섬유 및 의류, 기계, 자동차, 화학 등의 주요 중간재 공급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주가 급락, 환율 상승 등 금융 부문의 불안정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지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도 코로나19가 금융위기 상황을 다시 상기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충격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나비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공공부채 리스크가 유로존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진자 수가 진정되기까지는 시장 불확실성 지속되고 원화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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