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당 비례 후보 명단에 오른 윤자경 전 미래에셋 캐피탈 대표(왼쪽부터), 윤창현 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박영준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의 모습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각 정당의 공천 결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융권 인사 다수도 이번 총선에 도전장을 냈는데,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혼선과 갈등으로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지난 16일 저녁 비례대표 후보 공천 명단을 공개했다.

금융권 인사들 중에는 윤자경 전 미래에셋 캐피탈 대표가 19번으로 비교적 안정권을 배정받았다. 윤자경 전 대표는 기자 출신으로 미시간대학에서 MBA(경영학석사)를 받은 후 2007년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했다. 윤 전 대표는 미래에셋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처음으로 여성 대표가 되면서 금융업계 유리천장을 뚫은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 비례대표에 포함된 인물은 윤창현 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이다.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이기도 한 윤 전 원장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제7대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을,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역임한 금융 전문가다. 그는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하지만 윤 전 원장의 경우 26번을 받아 당선 여부가 불확실하게 됐다.

그동안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윤 전 원장을 직접 영입하면서 국회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됐다. 그런데 미묘한 순번으로 배치가 된 것이다.

또 다른 금융권 인사인 박영준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36번, 박현정 전 삼성생명 전무는 37번을 배정받아 당선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준 전 금감원 부원장 1986년 고려증권에 입사하며 금융권에 발을 들여놓은 자본시장 전문가로 미국 스마트카드 프로세싱 최고운영책임자(COO), 다이와증권 서울지점 법률고문을 거쳐 2008년 금감원 자본시장국장으로 영입됐었다. 이후 2014년 금감원 부원장으로 선임됐다. 박 전 부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아예 들어가지 못한 금융인들도 많다. 연금 분야 전문가인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황교안 대표가 직접 영입했음에도 명단에서 빠졌다.

미래한국당에 공천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김철홍 전 주택은행노동조합 위원장, 이진수 삼성증권 기업금융본부 이사,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 류시왕 전 코스닥 증권시장 전무, 오정근 전 미래통합당 경제자문단 공동단장, 윤창규 전 IBK금융그룹 IBK신용정보 상임고문 등도 공천을 받지 못했다.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놓고 미래한국당과 미래통합당 관계자들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 후보가 바뀌거나 순번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럴 경우 큰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에 출마한 김나연 하나은행 계장의 모습  출처: 김나연 후보 유튜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금융인들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앞서 발표된 더불어민주당 비례 후보 명단에는 금융인으로 김나연 하나은행 계장이 포함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김나연 후보는 젋은 세대이면서 여성 그리고 은행원이라는 점에서 젊은 금융인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김 계장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번 순위에 포함되지 못하고 순위 계승 예비자 2번에 이름을 올렸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를 다시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에 함께 하는 소수정당에 우선 순번을 줄 예정이다. 즉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후순위를 받는 것이다. 이에 김나연 계장을 비롯해 다른 금융인들이 비례대표 순번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여권 비례정당에 공천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주진형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가했던 대표적인 여권 금융인이다. 주 전 대표는 저침없는 언행으로 화제를 모았다. 주 전 대표가 당선권의 비례대표 순번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같은 여권 비례대표와 별개로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세종갑에 공천을 받았다. 홍성국 전 사장은 대우증권에 입사한 후 경력을 쌓아 미래에셋대우 사장에 오른 바 있다. 그는 올해 초부터 더불어민주당 경제대변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성국 전 사장은 군인 출신으로 현역 의원인 미래통합당 김중로 의원과 경쟁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민병두 의원의 모습  출처: 민병두 의원 페이스북

한편 금융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 중 고민에 빠진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민병두 의원이다. 서울 동대문에서 3선을 역임한 정무위원회 위원, 정무위원장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다양한 금융 분야 이슈를 챙기고 금융 관련 법 개정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민병두 의원은 미투 논란으로 컷오프 되면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지난 2018년 3월 민병두 의원이 노래방에서 A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민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당의 만류를 이유로 실제로는 사퇴하지는 않았다. 

민병두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 의원의 이같은 행보에 영구제명을 경고한 상태다.

정무위의 미래통합당 정태옥 의원도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 역시 미래통합당을 탈당해 대구 북구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정무위 소속으로 경기 고양을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도 지역구가 전략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공천 배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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