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 도입 등을 골자로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거래소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장기간 불황을 겪으면서 거래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거래소 업계 전반으로 이미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여기에 특금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중소형 거래소의 경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소형 거래소의 폐업이나 도산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투자자 자산보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문을 닫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수십여 곳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나인빗, 레빗, 올스타빗, 코인네스트 등의 거래소가 폐업했다.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거래소는 단기간에 개업을 했다가 폐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해만 최소 거래소 수십 여 곳이 문을 닫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현재 100개 이상의 거래소가 국내에서 운영 중일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거래소들의 경영이 악화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시장 불황 장기화가 꼽힌다. 호황 때와 달리 거래 수수료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되면서 대형 거래소도 새 비즈니스 모델(BM)을 찾기 위해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빗썸이 디파이, 델리오 등 가상자산 대출(렌딩) 서비스와 연동해 이용자가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 한 예다.

이런 가운데 특금법 개정안으로 시장 진입 장벽이 더 높아졌다. 가장 큰 문제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 사업 신고 수리 자체가 안 돼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는 점이다. 또 다른 신고 수리 요건인 정보보호인증(ISMS) 획득에 억대 비용이 드는 점도 중소형 거래소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이들 거래소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 피해는 해당 거래소 이용자가 안게 된다. 가상자산을 원화로 바꿔줄 만한 여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만한 자금이 없이 폐업이나 파산을 하면 보상을 받을 길이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 거래소는 이용자의 자금을 안전하게 보관할 의무가 있는데 경영이 악화된 거래소는 보안에도 구멍이 생겨 해킹 등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최근 시장에 새로운 거래소의 유입이 줄어든 것을 체감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기존 중소형 거래소들의 상황이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해 볼 수 있다”며 “그동안 시장 불황으로 거래소들 중에서도 남을 곳만 남은 상황이기는 해 예전처럼 대규모 피해는 많이 발생하지 않을 듯 하지만 거래소가 갑자기 문을 닫아 자금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문의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가 문을 닫는 이유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거래소 운영자가 한국인이어도 거래소가 해외에 소재하면 거래소를 상대로 소송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 등이 많다”며 “결국 이용자 입장에선 자산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을 통해 스스로 자산 보호에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