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9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P2P금융제정법 취지에 맞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방향성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9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P2P금융제정법 취지에 맞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방향성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빠른 성장으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금융)을 주름 잡아온 상위업체들이 최근 투자금 돌려막기와 연체율 급등 등의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법제화를 앞둔 상황에서 P2P업계가 뒷심을 내기는 커녕 내홍만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P2P금융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회원사 44곳의 지난달 29일 기준 평균 연체율은 8.23%다. 앞서 2017년 같은 시기의 회원사 평균 연체율이 0.14%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3년 사이 60배 가량 초고속 급증한 셈이다. 심지어 협회 소속이 아니어서 통계엔 반영되지 않았지만 연체율이 90%에 육박하는 P2P금융 업체도 있다. 한때 금융위원회가 콕 집어 '혁신사례'라 치켜세웠던 팝펀딩이다.

팝펀딩은 렌딧과 8퍼센트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 신용대출 부문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온 업체다. 지난해 11월 열린 동산금융 활성화 간담회 자리에선 은성수 금융위원장으로부터 '부동산담보 중심의 기존 관행을 깨뜨렸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12일 기준 팝펀딩 공시 자료.
12일 기준 팝펀딩 투자 통계. (자료=팝펀딩 홈페이지 공시 자료)

이랬던 팝펀딩이 현재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손실을 투자금으로 메우는 일명 '돌려막기' 수법으로 분식회계한 혐의를 받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2일 기준 연체율은 86.86%를 기록했다. 전체 대출 잔액 중에서 상환일이 1달 넘게 지났는데도 지급되지 않고 있는 원금의 비율이다. 이렇게 연체된 금액은 무려 1130억원에 이른다.

높은 연체율은 업계 전반의 고민거리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 1위인 테라펀딩의 지난달 말 연체율은 18.98%로 집계됐다. 석달 새 8%포인트가 늘었다. 업계 2위 어니스트펀드도 0.43%포인트 오른 연체율 6.53%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두 업체의 누적 대출액은 각각 1조610억원과 8018억원이다.

P2P금융 상위업체들의 부진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큰 폭의 원금손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 P2P금융은 대출자의 미상환이 곧바로 투자자의 원금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재까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정장치가 없어 개인이 큰 손실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사례로는 올 1월 테라펀딩이 첫 원금 손실을 기록했다. 경기와 충남 내 다세대 주택과 연립주택 신축사업에 투자하는 부동산 PF 대출상품 3건에서 평균 20%대의 손실률을 나타낸 것. 이들 상품 규모는 총 102억원 수준이다. 에잇퍼센트(8퍼센트)는 뮤지컬 제작 투자상품인 '더뮤지컬 1~12호'에서 평균 28%대의 원금 손실을 냈다.

서울 역삼동 소재 한국P2P금융협회. (사진=신민경 기자)
서울 역삼동 소재 한국P2P금융협회. (사진=신민경 기자)

업계 흐름을 주도해온 '우등생' 기업들이 연달아 악재를 터뜨리는 것을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말들이 많다. 업체들이 덩치 키우기에만 몰두하고 투자자 관리엔 소홀했단 불만이다. P2P투자자들의 모임인 피자모의 한 투자자(닉네임 '인니영감')는 "피플펀드의 연체율 과다건과 투게더펀딩의 연체율 공시 지연건 등을 포함하면 누적대출 상위업체 1~5위가 모두 말썽을 빚은 셈"이라면서 "연체율이 높아지는 데도 신규상품 오픈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고, 각 상품에 대한 심사 과정이 부실하거나 사후 관리 역시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관련 법 시행일이 5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는 점이다. 오는 8월 27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P2P금융법)'이 시행된다. 제도권 금융의 기반은 마련되는데 과연 업계가 이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금융당국과 직접 대면하며 업계의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임무를 받은 상위권 업체들이 오히려 부실 논란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투자자와 나머지 업체들의 신뢰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업계의 대표성을 지니는 법정협회 설립도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법을 시행한 뒤 업계의 미진한 점을 보완해 나가겠단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핀테크혁신실 관계자는 "일련의 논란들이 법 시행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행 이후 나타날 부작용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고심 중이며 이를 시행령 감독규정에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체들과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므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P2P금융협회 설립준비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시장의 불신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이번 자율규제 논의에서 업체의 공시의무 확대 등 투자자보호 항목들을 종전보다 강력하게 규제하는 내용들이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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