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50 씽큐 듀얼스크린(사진=LG전자)
LG V50 씽큐 듀얼스크린(사진=LG전자)

[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폼팩터(Form Factor)인 '폴더블폰'에 열광하고 있다. 기존의 바 형태가 아니라 '좌우' 또는 '위아래'로 접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새로운 디자인은 많은 사용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폴더블폰 시장의 선두주자는 단연 한국의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폴드'에 이어 최근 두 번째 폴더블폰인 '갤럭시Z플립'을 출시하면서 폴더블폰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또 다른 스마트폰 제조기업인 LG전자는 폴더블폰 생산에 대해 뚜렷한 계획을 밝히지 않아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LG전자가 폴더블폰을 만들 기술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LG전자의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지닌 몇 안되는 업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폴더블폰과 관련된 다양한 특허를 출시했지만 아직 폴더블폰 생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의 차기 스마트폰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듀얼스크린'을 채택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얼마 전 국내를 제외한 일부 해외 시장에 차세대 플래그십 모델인 V60 씽큐를 공개했다. 국내에는 V60보다 한 단계 낮은 모델인 G9 씽큐를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두 제품 모두 LG 듀얼스크린을 제공한다.

(사진=레츠고디지털)
두번 접는 폴더블폰 특허(사진=레츠고디지털)

LG전자, 폴더블·롤러블·익스팬더블폰 등 다양한 '특허' 출연

일각에서는 LG전자가 해외에 다양한 폴더블폰 특허를 공개하면서도 폴더블폰을 개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8월 LG전자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화면을 두번 접는 폴더블 스마트폰 특허를 출원했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 IT매체 렛츠고디지털은 LG전자의 특허를 바탕으로 예상 이미지를 제공했다.

LG전자의 새로운 폴더블 스마트폰 특허는 두배 크기인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앞면의 서브 디스플레이를 힌지 형태로 연결해 3개의 화면을 하나로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와 비슷하지만 스마트폰 앞면의 화면을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연결해서 쓸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특허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뒷면에는 듀얼 카메라가 탑재돼 있으며, 디스플레이 밑에 전면 카메라와 지문인식 기능이 탑재된다. 이어폰 잭이 없으며 충전 포트도 없어 무선충전 기능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본체를 감싸는 폴더블폰 특허(사진=레츠고디지털)
본체를 감싸는 폴더블폰 특허(사진=레츠고디지털)

또 레츠고디지털은 지난 1월 LG전자가 디스플레이로 본체를 감싸는 방식의 폴더블폰 디자인 특허를 중국에 출원했다고 보도했다.

얇은 스마트폰 본체를 디스플레이가 감싸고 있는 모습으로 필요할 때 디스플레이를 펼쳐서 대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는 본체 앞면 위쪽에만 보인다. 스피커는 아래쪽과 위쪽에 있으며 충전단자와 이어폰용 단자도 탑재됐다.

LG전자는 인폴딩(안으로 접히는) 스타일 외에도 화웨이의 메이트X와 같은 아웃폴딩(밖으로 접히는) 스타일의 폴더블폰 특허도 출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LG전자의 폴더블폰 특허는 아웃폴딩 방식으로 펼친 상태에서는 태블릿으로 접은 상태에서도 풀스크린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트리플 카메라 디자인으로 펼치면 셀피 카메라로 접은 상태에서는 일반적인 후면 카메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익스팬더블폰 특허(사진=레츠고디지털)
익스팬더블폰 특허(사진=레츠고디지털)

이 밖에도 LG는 폴더블폰에서 더욱 발달된 롤러블폰과 익스팬더블폰 관련 특허도 공개했다.

지난해 LG전자는 롤러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한 '익스팬더블폰' 기술을 특허 출원했다. 특허를 바탕으로 렛츠고디지털이 공개한 이미지는 스마트폰 화면의 양옆을 당기면 화면이 약 2배로 확대되는 구조다.

롤러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통해 화면이 펼쳐지면 2배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구현한다. 디스플레이에는 카메라 홀 없이 테두리가 최소화된 것이 특징이다.

앞서 지난해 9월 레츠고디지털은 LG전자의 롤러블폰 디자인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의 디스플레이는 좌우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한쪽으로 말아서 감는 ‘롤-업 디스플레이’ 스타일이다. LG전자는 2018년 10월 이 특허 출원을 신청했으며, 지난해 6월 공개됐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전화기 전체를 감싸 화면을 펼치거나 대형 와이드 스크린 디스플레이로 크게 확장되는 스타일이다.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기기보다 커서, 디바이스를 두 번 돌려 감을 수 있다. 완전히 펼치면 태블릿과 비슷한 사이즈가 되는 것이다.

LG전자가 인폴딩, 아웃폴딩에 롤러블, 익스팬더블폰 등 다양한 폼팩터 제품에 대한 특허를 냈지만 업계는 이중에서 어떤 폼팩터를 상용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개된 것이 없다고 말한다.

LG전자 MC사업부·LGD 등 장기 '적자'…폴더블 투자 여력 없어

전문가들은 LG전자의 폴더블폰 양산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그룹 내에서 스마트폰 생산과 관련해 좀처럼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LG전자 MC(Mobile Communications)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의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로 LG그룹이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MC사업부 실적(자료=LG전자 IR)
지난해 4분기 MC사업부 실적(자료=LG전자 IR)

LG전자 MC사업부는 지난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1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적자 금액만 3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LG전자의 스마트폰 브랜드 점유율은 15%로 국내 3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16%, 전분기 17%보다 떨어졌다. 또한 국내 판매 스마트폰 10위권에도 LG전자의 스마트폰은 한대도 들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LG전자가 새로운 폼팩터를 내놓은 것보다는 투자 대비 수익성이 높은 '중저가 모델'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4월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 때 "경기도 평택의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통합 이전하겠다"며 "3분기까지 공장 이전 및 양산 안정화를 진행하면 4분기부터는 수익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때도 "중저가 스마트폰의 주문자생산방식(ODM)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베트남으로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이전했으며 인도 시장을 위한 저가형 ODM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LG그룹 내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도 비슷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이 1조3594억원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순손실은 2조8721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노트북용 13.3인치의 폴더블 OLED를 생산하고 있다. 해당 패널은 레노버의 폴더블 노트북 씽크패드 X1 폴드에 탑재된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의 '폴더블폰용 디스플레이' 생산은 한동안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1조원대 적자에 재무통인 정호영 대표이사가 전사적인 긴축에 돌입해 현재 가동하고 있는 공장 외에 LG디스플레이가 폴더블 OLED 패널 양산 공장에 추가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폴더블폰 관련 상표 등록…"2021년 차별화된 핵심 제품 출시"

다만 업계 일부에서는 올해는 어렵더라도 폴더블폰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내년에는 LG전자가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폴더블폰 개발을 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특허를 출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전자는 벤디(Bendi), 폴디(Foldi), 폴즈(Folds), 듀플렉스(Duplex)와 같은 폴더블 스마트폰 관련 상표를 등록했다.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에 마냥 손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지난 1월 LG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본부 전체의 전략은 사업 턴어라운드를 위한 매출 성장 모멘텀 확보에 있다"며 "오는 2021년 차별화된 핵심 제품을 출시해 시장 지위를 회복하겠다"고 대답한 바 있다.

업계는 LG전자의 '차별화된 핵심 제품'이 새로운 폴더블폰 또는 다른 폼팩터의 차세대 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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