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GM의 자율주행기술 개발 자회사 크루즈(Cruise)가 올해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독자 차량 ‘오리진(Origin)’을 공개했다.

2013년 설립 이래로 샌프란시스코를 근거지로 하고 있는 크루즈는 최근 수년간 GM의 전기차 볼트 EV를 이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크루즈의 최신 세대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볼트 시험차는 실내에서 스티어링 휠(운전대)을 없앴다. 지난해의 경우 이러한 시험차 150대 이상이 샌프란시스코를 누비며 100만마일(약 161만km)에 가까운 누적 주행거리를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크루즈 오리진
샌프란시스코의 크루즈 오리진

오리진은 GM의 기존 모델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완전히 새롭게 크루즈를 위해 개발된 차다. GM의 3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했고, 향후 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GM 산하 브랜드들의 여러가지 전기차가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GM은 내년 10종의 신규 전기차를 출시하고, 2023년에는 최대 22개 모델로 늘린다. 이를 발판으로 2025년에는 연간 1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크루즈는 1월 오리진 공개 당시 전기 구동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GM은 이달 초 ‘EV위크’ 행사를 통해 신규 개발한 얼티엄(Ultium) 배터리와 이를 동력원으로 하는 3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공개하고 이를 적용한 첫번째 모델이 크루즈 오리진임을 확인했다.

두번째 모델은 GM의 럭셔리 디비전 캐딜락이 4월 공개할 전기 SUV 리릭(Lyriq)이다. 5월에는 GM산하 트럭 및 SUV 전문 브랜드인 GMC가 허머(HUMMER) EV를 공개한다. 과거 군용차로 유명세를 얻어 민수용 SUV로 거듭났던 허머가 이번에는 GMC의 전기 SUV와 전기 픽업트럭으로 부활하는 것. GMC에 따르면 허머 EV는 최대 1,000마력을 내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60마일(97km)까지 가속에 3초가 걸리는 고성능을 확보했다. 복잡한 도심을 느긋하게 돌아다니는데 어울릴법한 크루즈 오리진에겐 과한 성능이다. GM의 전기차 플랫폼이 가진 유연성을 짐작할 수 있는 단면이다.

GM의 얼티엄 배터리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GM의 얼티엄 배터리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실제로 GM이 제시한 얼티엄 배터리 스펙은 50~200kWh로 다양하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400마일(약 644km)에 이른다. 충전 시스템도 일반 전기차는 200kW와 400V, 픽업트럭 종류는 350kW와 800V등으로 나뉜다. GM이 LG화학과 오하이오에 설립한 합작법인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는 코발트 함량을 줄이고 단가를 대폭 낮춘 게 특징이다. 현재 1kWh당 150달러에 이르는 배터리 셀 비용을 100달러 미만으로 낮출 예정이다.

크루즈 역시 GM의 전기차 대규모 생산을 통해 차량 단가가 많이 낮아질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현재 전기 SUV의 절반 수준으로 자율주행용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 크루즈 오리진의 경우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한 차는 아니다. 크루즈는 ‘차량의 소유’가 아닌 ‘경험의 공유’를 위한 차라고 말한다. 운전기사 없이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차량 호출(ride-hail)에 응하는 자율주행 택시, 공유자동차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95%의 시간을 세워진 상태로 보내며 주차비를 지출하고 감가상각되지만 오리진은 (충전 시간을 제외하면) 쉴새 없이 운행되도록 하는게 목표다. 차량 수명도 일반 차의 예닐곱 배에 이르는 100만마일(161만km)을 목표로 제시한다. 수명주기 내에 이뤄지는 센서나 연산장치등의 기술 발전은 업그레이드를 통해 반영할 수 있도록 모듈형으로 설계됐다. 차량 크기도 필요에 따라 다양한 버전으로 내놓을 수 있다.

크루즈의 볼트 자율주행 시험차량 실내
크루즈의 볼트 자율주행 시험차량 실내

시제품으로 공개된 오리진 실내에는 운전석이 없다. 대시보드, 스티어링 휠, 페달, 거울, 운전자를 옥죄는 시트가 없다. 엔진이나연료 탱크 따위가 없는 전기차 플랫폼 덕분에 실내 바닥은 평편하고, 박스형으로 공간을 극대화한 차체에는 와이퍼도 없다. 4명(최대 6명)의 탑승자는 서로 마주보고 앉고, 각자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가진다. 도어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열려 자전거 이용자 접촉 사고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출입구가 지면에 가깝고 보통 차의 3배쯤 넓게 열리기 때문에 동시에 두 사람이 타고 내려도 될 정도다. 차체 뒤쪽에는 짐칸도 있다.

숱한 콘셉트카 중 하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크루즈는 실제 제품화를 염두에 두고 기술적인 뒷받침이 가능한 설계를 통해 오리진을 개발했다고 말한다. 다만 이러한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가 실제 상용화되기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크루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차의 24시간 승차 공유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오리진을 호출해 이동수단 삼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최소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오리진보다 늦게 공개되는 캐딜락 리릭과 GMC 허머 EV는 내년에 시장에 나온다.)

크루즈 오리진
크루즈 오리진

어쨌든 크루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 차량 호출 서비스를 시작해 이를 세계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일단 상용화되면 현재 샌프란시스코 거주자들이 자가용을 구입하거나 우버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연간 가계 교통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크루즈는 장담하고 있다. GM이 개발한 EV 플랫폼을 여러 전기차들과 공유하는 것은 크루즈의 사업 비용을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GM뿐 아니라 일본 혼다자동차가 크루즈에 투자하고 있는 점도 크루즈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2013년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크루즈는 2015년 Y컴비네이터의 인큐베이션을 거쳐 2016년 GM에 인수됐다. 2018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혼다가 투자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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