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알-하자르산에서 발굴된 루디스트 조개 화석 [Mark A. Wilson 제공, 퍼블릭 도메인]
UAE 알-하자르산에서 발굴된 루디스트 조개 화석 [Mark A. Wilson 제공, 퍼블릭 도메인]

공룡시대 말기인 약 7000만년 전 지구의 1년은 372일, 하루는 23시간 30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지구과학학회(AGU)에 따르면 브뤼셀 자유대학의 지구화학자 니엘스 드 빈터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고대 조개껍데기를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AGU 저널 '고해양학·고기후학'(Paleoceanography and Paleoclimat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백악기의 연체동물로, 공룡과 같은 시기에 멸종한 '루디스트(rudist) 조개'의 한 종(種)인 '토레이테스 산케지'(Torreites sanchezi) 껍데기 화석에 남아있는 나무의 나이테와 같은 성장 띠를 분석해 결론을 얻었다.

이 고대 조개는 수심이 얕은 열대바다 바닥에서 9년 넘게 살았으며, 지금은 건조한 산악지대가 된 오만에서 화석으로 발굴됐다.

T. 산케지 같은 루디스트 조개는 굴처럼 암초에 붙어 자라며 열대 바다에서 지금의 산호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이 조개는 워낙 왕성해 조개껍데기에 성장띠가 하루에 하나씩 생겼다.  

연구팀은 레이저로 적혈구 크기밖에 안되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의 구멍을 내 샘플을 채취하고 현미경을 통해 세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성장띠의 수를 파악했다.   

조개껍데기 화석에서 나온 샘플의 미량 요소들은 성장 띠가 형성될 때의 바닷물 수온과 화학성분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이에 따르면 당시 바닷물의 온도는 여름에는 40도에 달하고 겨울에도 30도를 넘어 예상치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여름철 수온은 연체동물의 생리적 한계에 근접했던 것으로 지적됐다.  

T.산케지 성장띠오른쪽 박스는 조개껍데기의 성장띠가 잘 보존된 부분을 확대한 이미지. 녹색박스는 성장띠 조각의 현미경 이미지를 보여준다. [AGU 제공]
T.산케지 성장띠오른쪽 박스는 조개껍데기의 성장띠가 잘 보존된 부분을 확대한 이미지. 녹색박스는 성장띠 조각의 현미경 이미지를 보여준다. [AGU 제공]

조개껍데기에 대한 분석은 연구팀에게 성장띠의 수와 성장띠 간 간격, 계절적 변화에 대한 정확한 측정치를 제공해 줬다고 한다. 

연구팀은 1일 성장띠를 세어 지구의 태양 공전주기인 1년이 372일로 구성돼 있었다는 점을 알아냈다. 

먼 옛날에 하루의 길이가 지금보다 짧고 1년을 구성하는 날이 며칠 더 많았을 것이라는 점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백악기 말기에 1년의 날 수와 하루의 시간을 이처럼 정확히 제시한 연구 결과는 없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주기는 변하지 않아 1년의 길이는 상수(常數)로 돼있다. 다만 하루의 기준이 되는 지구의 자전이 달의 중력에 의한 조석력과의 마찰로 조금씩 느려지면서 하루를 구성하는 시간도 점점 길어지는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먼 미래에는 과거 공룡시대와 반대로 하루가 30분 더 늘어 24시간 30분이 되고 대신 1년은 360일로 짧아지는 날이 오는 것이 필연인 셈이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T.산케지가 밤보다는 낮시간에 더 빨리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공생조류(藻類)를 가진 지금의 대형 조개처럼 광합성에 의존하는 '광공생자'를 갖고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루디스트 조개가 광공생자를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가설에 관한 논문이 대부분 형태적 특성에 기초한 추측이나 잘못된 증거를 제시했던 점에 비춰 이번 연구는 T. 산케지 종에 국한된 것이기는 해도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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