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붐을 이끌었던 전설적인 개발자로 장 루이 가세(Jean-Louis Gassee)가 있다. HP 출신으로 80년대 애플 매킨토시 개발을 이끌었고 BeOS의 창립자이자 PDA의 대명사로 통했던 팜(Palm)의 이사로 활동했던 그는 현재의 애플을 있게 한 공로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이런 장 루이 가세가 9일(현지시간) 기술 전문 블로그인 먼데이노트닷컴에 기고문을 통해 '애플 맥의 ARM 프로세서 채택 가능성'에 대해 논했다. 결론은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 애플이 넘어야 할 장벽은 기술보다 시장성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애플, ARM 기반으로 중장기적 통합 추진

애플은 2007년 첫 번째 아이폰 출시 이후,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모바일 제품에는 모두 자체 설계한 ARM 기반 모바일 프로세서를 채택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OS, 그리고 앱 통합을 위해 맥프로, 아이맥, 맥북프로 등 데스크톱 및 노트북 제품에도 인텔 대신 ARM 기반 프로세서 채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A12 프로세서는 애플이 설계한 64비트 ARMv8.3-A 6코어 CPU이다. /사진=위키미디어
A12 프로세서는 애플이 설계한 64비트 ARMv8.3-A 6코어 CPU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애플이 향후 12~18개월 안에 ARM 기반 맥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애플 전문 분석가 밍치 궈의 전망에 장 루이 가세도 동의한다. 그는 ARM 프로세서의 우수한 전력 관리 및 발열 관리가 맥북프로 등 노트북 제품이 적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강력한 성능을 요구하는 아이맥 프로나 맥프로에 ARM 프로세서를 채택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 기술보다 시장성의 한계 때문이다.

기술보다 시장성 문제... 활용폭 좁아

그는 "이론적으로 ARM 프로세서를 고도화하거나 병렬화해서 고성능 제품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시간과 투자 비용의 문제. 그러나 고성능 ARM 프로세서 개발이 과연 시장성을 갖추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애플 전체 매출 중 맥프로와 아이맥 등 데스크톱 맥 제품의 매출 비중은 8% 미만이다. 아이폰(49%) 매출은 커녕 애플 뮤직 등 서비스(20%) 부분이나 애플워치(10%) 비중보다 낮다. 이는 별도의 고성능 ARM 프로세서 개발에 투자하더라도 이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렵게 새로운 프로세서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맥OS를 개량하는 것이 더 쉬운 것이 현실이다.

장 루이 가세는 "애플이 궁극적으로 자체 설계한 ARM 프로세서로 제품군을 꾸밀 것으로 본다. 그러나 모든 제품에 해당되는 사항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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