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키코 분쟁조정안 수락기간 재연장을 금감원에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외환파생상품 키코의 자율조정 권고안이 사실상 거부됐다. 권고안을 받은 시중은행 대부분이 배상안에 대해 거부하거나 또다시 수락 기간 재연장을 요청했다. 이에 추가 분쟁 자율조정 문제를 다룰 은행협의체 구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6일 신한은행은 오후 이사회를 열어 금융감독원에 키코 분쟁 조정 권고안의 수용기간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키코 관련 안건을 논의하려고 했지만 이사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등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신한은행은 “금감원에 유선으로 키코 배상 수락기간 재연장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불완전판매 배상책임을 이유로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이중 우리은행은 조정안을 받아들이고 지난달 배상 지급을 끝마쳤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은 분쟁 조정안을 거부하거나 미뤘다. 지난 5일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키코 관련 피해 기업인 일성하이스코의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미 일성하이스코 회생절차 과정에서 배상 권고액인 6억원 이상의 채무를 탕감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씨티은행측 설명이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도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두 은행은 이미 이사회 일정 등을 이유로 수락기한 연장을 금감원에 요청했다. 최근 번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실질적인 이사회 논의를 할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금감원은 현재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와 두 은행의 이사회 일정 등을 고려, 이달 말까지 추가로 생각할 시간을 더 주기로 결정했다.

시중은행들이 분쟁 조정 권고안을 연이어 연기하면서 추가 분쟁 자율조정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2월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의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관련 은행에 자율 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했다. 나머지 145개 피해 기업에 대한 분쟁조정을 위해서다.

이에 다음달 키코 사태의 추가 분쟁 자율조정 문제를 다룰 은행협의체가 가동될 것으로 업계를 내다봤다. 지난 1월 하나은행은 은행연합체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씨티은행은 분쟁조정안을 거부했으나, 추가 배상 대상 기업 39곳에는 자체 검토 후 보상 수위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은행연합체 참여를 내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키코 판매 은행들이 모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 키코 판매 은행은 분쟁조정 대상 은행 6곳을 포함해 총 11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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