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 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한 시중 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2월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1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풍선 효과'로 개인신용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관련업계에서는 당분간 이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2월 말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월보다 1조1925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달마다 약 1조원 가량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시기가 연초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그동안 연초에는 연말정산 환급이나 상여금 등으로 신용대출이 감소했다. 대출을 늘리기보다 상환하는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5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조916억원 감소했고 그 다음달에는 87억원 증가에 그쳤다. 반면 올해 1월에는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2247억원 줄고, 2월에는 1조원 넘게 늘어났다. 

갑자기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늘어난 것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시가 9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축소하거나, 15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또 정부는 9억원 초과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해 민간 또는 공적 보증기관이 전세자금 대출의 신규보증을 해주지 않는 방안까지 내놨다. 한마디로 고가 주택 보유자가 전세자금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막은 셈이다.

따라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개인신용대출 등 다른 수단을 동원해 전세금을 충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자금은 실수요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은 한때 전월 대비 3조원 이상 늘기도 했다. 이후 정부의 규제 방안이 시행되면서 지난해 12월 1조3066억원, 올해 1조557억원으로 대출폭이 줄어들고 있다. 

2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39조5901억원으로, 전달보다 9563억원 늘었다. 2월 1개월만에 주택담보대출의 전월 대비 증가액이 1조원을 밑돌았다.

한 업계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연초에는 마이너스 통장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많은데,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서 개인신용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개인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성격이 달라 이런 추세가 계속될지는 아직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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