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블루칩으로 부상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AI 스타트업 인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네이버웹툰이 네이버 산하 AI 스타트업 비닷두(V.DO)를 인수했고, 안랩은 AI 정보보안 스타트업 제이슨과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AI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랩스(VIV Labs)를 인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ICT 기업들의 AI 스타트업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른 시간내 핵심 기술을 보유하는 방법으로 M&A만큼 확실한 게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AI M&A 대전을 정리해 봤다.
◆애플,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엑스노.ai(Xnor.ai)' 인수
현재 AI 스타트업에 가장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는 ICT 기업은 애플이다. 그간 레이저라이크(머신러닝), 풀스트링(음성인식), 실크랩스(얼굴·사물인식) 등 AI 스타트업에 공격적 투자를 단행해 온 애플은 올해 초 ‘엑스노.ai’를 약 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7년 앨런 앨런 포 AI(Allen Allen for AI)로부터 독립한 엑스노.ai는 컴퓨팅 능력이 제한된 소형 기기에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엑스노.ai의 주요 성과로는 2019년 태양열 발전이나 동전 크기 배터리로 작동할 수 있는 독립형 AI칩 개발, 식료품점 선반을 자율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AI 지원 장치 등이 있다.
애플의 엑스노.ai 인수는 향후 아이폰·아이패드·애플워치 등 애플 스마트 디바이스에 최적화한 AI 기술을 탑재해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애플은 엑스노.ai가 보유한 머신러닝 워크플로우를 기반으로 얼굴인식·자연어 처리·AR 등 작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카메라 SW(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미지를 캡처하고 처리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더욱 효과적으로 구현이 가능할 전망이다.
◆구글, '루커·앱시트·포인티' 등 클라우드에서 유통까지 인수
구글의 스타트업 인수는 문어발 식이다. AI는 물론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유통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펼쳐지고 있다.
이중 구글의 루커(Looker) 인수 규모는 약 26억달러로 지난 2014년 스마트홈(실내 온도조절 장치) 기업 네스트(Nest) 인수(약 32억달러)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통합 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루커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이 경영 전략을 수립하거나 경영 효율화, 성과관리, 시장예측 등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공급이 주력 사업이다.
고객사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련 정보를 시각화하는 루커의 역량을 확보한 구글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더욱 다양하고 포괄적인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또 지난 1월 코드를 알지 못하는 비전문가도 간단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구축할 수 있는 노코드(No-code) SW 개발 회사 앱시트(Appsheet) 인수를 발표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구글 서비스 이용자는 구글 스프레드문서 작성 외에도 안드로이드·지도 등 각종 서비스를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앱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구글 클라우드는 최근 엔터프라이즈 자동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데 대응해 애플리케이션 민주화를 추구해 왔으며 앱시트가 이 같은 전략과 비전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구글 아일랜드 지사가 소매 물류관리 스타트업인 포인티(Pointy)를 인수해 세계 오프라인 소매상점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확보·관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포인티는 오프라인 매장 재고를 온라인 데이터로 전환해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강점으로 더 많은 지역 상점의 판매 현황을 용이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페이스북, 영국 컴퓨터 비전 기업 '스케이프테크놀로지스' 인수 완료
컴퓨터 비전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영상·이미지 등을 통해 주변 환경이나 사물을 시각적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AI의 한 분야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력을 차세대 플랫폼 핵심 역량으로 주목해 온 페이스북은 지난 1월 24일(현지시간) 스케이프 테크놀로지스(Scape Technologies) 지분 75%를 확보하며 인수를 성사했다.
스케이프테크놀로지스는 컴퓨터 비전에 기반한 ‘시각적 위치 확인 서비스(Visual Positioning Service)’ 기술력을 보유해 GPS보다 훨씬 더 정밀한 위치 정확도를 요구하는 앱 개발이 가능하다. 시각적 위치 확인 서비스를 탑재한 스마트폰 앱 카메라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비추면 자동으로 이미지를 분석해 GPS 상 위치뿐 아니라 더 세분화된 맞춤 정보 제공을 할 수 있다. 초기에는 AR 앱을 겨냥해 시각적 위치 확인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최근 모빌리티·물류·로봇 공학 분야에서도 유용한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현실 배경을 토대로 다양한 AR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 지도·쇼핑·게임뿐만 아니라 AR을 활용한 메신저 서비스도 가능할 전망이다. 아울러 페이스북의 경우 2014년 오큘러스 인수 후 출시한 VR 헤드셋(리프트 S), 오는 2023년 출시를 목표로 프로젝트에 착수한 AR 글래스 개발 사업 등이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국내서도 클라우드·보안에서 의류 업계까지 AI 기업 인수 잇달아
AR·VR 등 첨단 기술을 웹툰 콘텐츠에 접목해 새로운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아온 네이버웹툰이 지난 1월 14일 네이버 산하 AI 스타트업 ‘비닷두(V.DO)’ 인수를 발표했다. 비닷두는 2017년 6월 출범한 AI 스타트업으로 ▲클라우드 인프라 ▲멀티코드 인식 ▲골프 자세 분석 ▲멀티 CCTV 분석 솔루션 등에 강점이 있다. ▲자동채색(automatic colorization) ▲펜선 따기(sketch simplification) 등 다양한 콘텐츠 기술 성과를 입증한 네이버웹툰은 비닷두의 AI 인재․역량을 활용해 콘텐츠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안랩은 2019년 차세대 인증(와이키소프트), 클라우드 정보보안(스파이스웨어)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올해 AI 정보보안 스타트업 ‘제이슨’과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 4월 설립한 제이슨은 AI 기반 내부통제 및 정보유출방지, IT운영 및 장애예측(AIOps) 시스템 ‘제이머신(JMachine)’을 개발해 금융 및 대기업 고객에게 공급하고 있다. ▲AI 기반 이상행위 분석 솔루션 강화 ▲제이슨의 AI 기반 이상행위 분석 기술 접목으로 솔루션과 서비스 고도화 ▲향후 AI 기반 클라우드 보안 관제 등으로 사업·기술 시너지 창출 등이 안랩의 인수 목적이다.
또 2012년 5월 시각지능(Visual Cognition)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AI 기반 추천 상품 서비스 등을 선보인 오드컨셉은 싱가포르의 AI 기업 ‘시크릭스’를 인수하며 해외 시장 진출 기회를 마련했다. 시크릭스는 응용 머신러닝 기반의 컨텍스츄얼(소비자가 보고 있는 웹페이지의 콘텐츠 내용에 부합하는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 타겟 광고 업체로 이번 인수로 오드컨셉의 해외 사업본부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오드컨셉은 AI 기반의 이미지 검색과 분석 기술로 개인 맞춤형 패션 추천 서비스 ‘픽셀(PXL)’에 AI 광고 솔루션 등을 적용해 고도화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AI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랩스(VIV Labs)를 인수한 바 있다.
◆유망 스타트업 인수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위한 지름길
이처럼 ICT 기업들이 AI 등 유망 스타트업 인수에 나서는 것은 단시간 내 역량 강화와 시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도 보다 선제적으로 M&A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우수한 글로벌 인재, 핵심 원천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자사의 기술·제품·서비스와 연계해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빠른 시간내 핵심 기술을 보유하는 방법으로 M&A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며 “다만 국내의 경우 M&A는 기업 오너가 결정하는데 재판이나 구속 등 오너 리스크가 있을 경우 M&A를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발빠른 대처가 안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