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확진자 발생으로 수출입은행에서 비상방역이 시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7일 확진자 발생으로 수출입은행에서 비상방역이 시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다음달 예정된 금융지주들의 주주총회에 비상이 걸렸다. 자칫하면 주총 자체가 코로나19가 더욱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금융권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보고서 등을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하는 상장사에 대한 행정제재를 면제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주총이 열리면 대규모 외부인들이 본점에 들어오는데, 이 과정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주요 금융지주들은 주총 ‘강행돌파’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일정도 이미 잡았다. 구체적으로 신한금융 3월 26일, 하나금융 20일, 우리금융 24일 등이다. 이중 KB금융은 주총 일정을 3월 20일로 확정 공시하기도 했다. 대신 금융지주들은 주총장을 사전 방역하고, 입구에 열감지기와 손세정 등을 비치할 예정이다.

금융지주들이 우려에도 주총을 강행하는 것은 당장 해결해야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해외금리 파생결합상품 사태로 손태상 회장이 중징계를 받으면서 연임 여부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최근 사외이사들이 손 회장 연임에 사실상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우리금융은 주총에서 손 회장의 연임건을 상정·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광석 신임 우리은행장에 대한 선임 안건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라임사태와 금융감독원과의 갈등 문제, 지주사 체재 구성 등 다양한 현안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은 주총 날 내부임원 전원이 아닌 최소한의 인원들만 참석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주요 안건들을 설명할 수 있는 인원들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주총 장소로 사용했던 우리은행 본점이 아닌, 대체 장소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도 주총에서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확정지어야 한다. 또 최근 환매 중단으로 논란이 불거진 라임자산운용 사태 해결에도 논의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비은행, 비이자이익 증대를 주요 골자로 한 ‘2020 스마트프로젝트’ 완수와 그 후속 대책 등을 진행해야 한다.

하나금융도 주총 장소인 본점 강당 주변을 방역한다는 계획이다. 또 적외선 체온 감지 카메라와 손소독제, 마스크 등 확산 예방에 주력한다. KB금융은 불안감 해소를 위해 주주들에게 위임으로 주총 안건에 대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는 안내문 전송을 검토하는 있다.

이같은 금융지주들의 결정에 우려섞인 시선도 나온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서면서 확산속도를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7일 국책은행인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수은은행은 위기상황대책본부를 가동, 건물 전체를 폐쇄하고 방역작업을 했다. 일부 필수 인력을 제외한 본점 직원 800여명은 재택 근무로 전환됐다.

우리은행도 한때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지하1층을 일시 폐쇄했다. 방역 작업가 끝나면서 폐쇄조치도 풀렸지만, 아직까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재택근무 체제를 도입하는 등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주총을 연기한다는 소식이 들려온 곳은 없다”며 “다만 사태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금융거래 마비까지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금융업계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포비아로 대부분의 시민들이 외출을 꺼리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고정훈)
코로나 포비아로 대부분의 시민들이 외출을 꺼리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고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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