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인성 인턴기자] '천산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간숙주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필리핀 천산갑(사진=세계자연보전연맹, 로저 G 돌로로사)
필리핀 천산갑(사진=세계자연보전연맹, 로저 G 돌로로사)

28일 세계적인 권위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천연숙주는 박쥐인 것이 분명하나 인간에게 직접적인 전파 경로가 된 중간숙주를 규명하는 데 여전히 학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7일 광저우에 있는 화난농업대학은 "천산갑에서 분리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균주(strain)'의 유전자 서열이 코로나19 감염자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서열과 99% 우사했다"면서 천산갑을 코로나19 확산의 중간숙주로 지목한 바 있다.

하지만 네이처는 최근 올라온 연구에서 중국 화난농업대학의 연구와 배치되는 사례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학술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bioRxiv)에 올라온 최근 3건의 실험결과를 보면 천산갑의 균주 샘플과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연관성이 85%에서 92%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연구 결과에서는 90%~91% 수준의 일치성을 나타냈다.

중국 현지의 다른 연구기관에서 내놓은 2건의 실험 논문 역시 천산갑과 우한 코로나19의 유전적 유사성이 화난농업대학의 연구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왔다. 전염병 전문가인 위쉐제 우한대학 보건학원 원장은 27일 우한 현지 언론 창장르바오와의 인터뷰에서 “후속 연구에서 그 유사도는 82%~90.2%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 주장에 힘을 보탰다.

네이처에 따르면 두 개의 논문에서 천산갑의 균주 샘플과 우한 코로나의 유사상은 90.23%에서 91.02% 수준으로, 앞서 화난농업대학이 제시한 99%보다는 크게 떨어졌다.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의 아린지바네르지 교수는 "천산갑이 중간숙주가 되기 위해서는 유전적 정보가 이보다 훨씬 더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량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중간 숙주인 사향고양이와의 유전정보 유사성이 96% 이상이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의 초미세구조 형태 일러스트
신종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의 초미세구조 형태 일러스트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는 실제 인간에게 전염시키는 중간숙주를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원천적으로 바이러스의 이동을 막는 방역의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과 추후 변이 등을 관찰하는데 중간숙주의 유전정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케이트 존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인간이 과거보다 야생 서식지를 더 많이 침범하면서 야생동물과 인간이 점점 더 연결되고 있다"며 "그 결과 인류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와의 접촉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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