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망도매제공을 통해 2019년까지 5G 알뜰폰을 출시하겠다고 정부에 약속했던 SK텔레콤이 현재까지도 5G 알뜰폰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와 망도매대가 합의를 마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5G 알뜰폰출시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KT와 LG유플러스는 월 10GB 이하 데이터 제공 요금제 구간에서는 66%의 도매대가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5G 알뜰폰을 출시한 상태다.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8일 자사 망을 사용하는 KT엠모바일 등에게 망도매대가를 기존 75%에서 66%로 내린다고 통보했다. 망도매대가 인하는 소급 적용이 원칙이기 때문에 2월 통신비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 관계자는 “KT의 경우 LG유플러스가 66%로 망도매대가를 인하하자, 시장 논리에 따라 66%로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에게도 66% 수준이나 그 이하의 망도매대가를 요청하고 있는데, SK텔레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경쟁정책과 관계자는 “망도매제공 의무사업자라고 볼 수 있는 SK텔레콤은 KT의 망도매대가 인하 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며 "아직까지 한번도 정부에게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온 적이 없다.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통사와 달리 알뜰폰은 선택약정할인(25%)이 되지 않는다. 이에 5G나 LTE에 주로 적용되는 수익배분 방식(RS, Revenue Share)을 통해 이통사가 이익의 75%(망도매대가)를 가져간다면 알뜰폰은 조금이라도 이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알뜰폰의 요금이 이통사보다 비싸질 수밖에 없다. 5G의 경우 저가 요금제와 달리 고가 요금제에서는 알뜰폰의 요금이 이통사보다 오히려 비싼 이유다. (관련기사/5G 알뜰폰 요금제 나왔지만 이통사보다 사실상 비싸... 왜?)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사진=방송통신위원회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알뜰폰이 가입자 1명당 최소 2000~3000원, 많으면 7000~8000원의 이익을 가져간다”며 “이 비용에는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된다. 사업자가 가져가는 이익에 대해 정부가 간섭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도 처음 KB국민은행을 통해 알뜰폰을 출시할 때는 저가·고가 모두 75%의 망도매대가를 적용했다. 대신 KB국민은행이 각종 카드 혜택 등을 통해 요금을 낮춘다고 했고, 당시 정부도 이를 허락했다. 지난 9월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통해 LG유플러스처럼 2019년 안에 5G 알뜰폰을 출시하겠다고 약속했던 SK텔레콤도 KB국민은행 같은 파트너를 찾았으나 쉽지 않았다. 오히려 KT가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대책 직후 저가·고가 모두 망도매대가 75%로 5G 알뜰폰을 먼저 냈다.
 
이후 LG유플러스는 정부가 내건 CJ헬로(현 LG헬로비전) 알뜰폰 인가 조건을 받아들여 5G 데이터 10GB 이하 요금제 구간에서는 66%, 5G 고가 데이터 구간에서는 기존대로 75%로 망도매대가를 설정했다. 최근 망도매대가 인하로 KT도 저가 및 고가 요금제 모두 LG유플러스와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결국 SK텔레콤만 정부와 약속을 못지켰고, 이통사 중 유일하게 5G 알뜰폰을 출시하지 않는 이통사가 됐다.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의 안정적인 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SK텔레콤이 대상인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유효기간을 3년 연장(2022년 9월 22일까지)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SK텔레콤을 5G 망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 지정하는 것도 함께 진행 중이다. 유효기간 연장 및 5G 망도매대가 지정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일시적으로 도매제공 의무제도가 일몰됐지만, 이통사(SK텔레콤)와의 협의를 통해 기존과 변함없이 도매제공을 지속하고 있다”며 “5G 망도매대가 의무 제공을 통해 저렴한 5G 알뜰폰이 출시될 경우, 이른바 메기 효과를 통해 5G 중저가 요금제 등 다양한 요금제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경우 SK텔링크 등의 알뜰폰 가입자를 자사 가입자로 전환하는 것에 적극적이다. 60% 대 수준 망도매대가 제공을 통해 저렴한 5G 알뜰폰이 출시될 경우 자신들이 피해를 보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며 “약속과 달리 지금까지 5G 알뜰폰을 내지 않았다는 것은 의지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이 통과돼야 어쩔 수 없이 5G 알뜰폰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부의 생각처럼)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 여러 상황을 다각도로 고려해,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5G 알뜰폰을 대상으로 도매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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