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기·프린터 제조사 제록스의 적대적 인수 위협에 부닥친 프린터·PC 업체 HP가 최대 150억달러(약 18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놨다고 로이터 통신과 경제매체 CNBC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HP는 이날 올해 1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런 내용이 담긴 '전략적·재무적 가치 창출 계획'을 내놨다.

HP 이사회는 이 계획에 따라 자사주 매입 재원으로 150억달러를 승인했다. 이는 작년 10월 발표한 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3배로 확대한 것이다.

HP는 이 중 최소 80억달러를 올여름 열릴 주주총회 이후 12개월 내에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HP는 이런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주주들에게 160억달러를 돌려준다는 목표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HP의 시가총액(약 345억달러)의 절반에 육박하는 액수다.

HP는 또 영업이익 증대를 통해 6억5000만달러의 비용 절감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HP는 이 같은 자사주 매입과 비용 절감 등을 통해 2022년 3.25∼3.65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 회사가 이날 내놓은 올해 주당 순이익 전망치 2.33∼2.43달러보다 1달러가량 높은 것이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제록스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맞서 투자자 지지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앞서 제록스는 작년 11월 시총에서 3배 덩치가 큰 HP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주당 22달러, 총 335억달러(약 40조7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HP가 자사 가치를 크게 과소평가했다며 이 제안을 몇 차례에 걸쳐 거절하자 이달 초 인수 제안가를 주당 24달러, 총 350억달러(약 42조6000억원)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인수 제안을 거부할 경우 HP 주주를 상대로 주식을 매입해 적대적 인수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제록스는 다음 달께 HP의 주식에 대한 공개 매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HP는 그러나 제록스와 합병이 성사될 경우 과도한 부채 부담을 지게 되고 제록스가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창출될 시너지 효과를 과장했다고 이날 밝혔다.

다만 그러면서도 양사 합병이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탐색하기 위해 제록스와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P 최고경영자(CEO) 엔리케 로레스는 제록스의 인수 제안이 "결함이 있고 무책임하다"면서 합병의 장애물로 "가격과 재무 구조, 시너지 효과에 대한 평가 등을 모두 합친 것"을 지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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