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P2P(개인간) 금융업계가 법제화를 앞두고 '내우외환'에 처했다. 연체율 급등과 원금 손실 등 업계 안팎으로 악재에 겹치면서 단결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먼저 '연체율 급등'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연체율은 대출잔액 중 1달 넘게 상환 지연된 잔여원금의 비중이다. 제때 이자를 못 내는 이들로 인해 연체율이 오르면 업계는 투자자들의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25일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회원사 45곳의 지난달 31일 기준 평균 연체율은 9.32%다. 지난 2018년 12월 5.78%였던 연체율은 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11월부터 달마다 1%포인트씩 상승세를 탔다. 전년 동기(6.79%)와 비교하면 연체율은 3%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한국P2P금융협회. (사진=신민경 기자)
한국P2P금융협회. (사진=신민경 기자)

◆연체율 급등에 대규모 원금손실도... P2P업계 1·2위도 동요

업체별로 살펴보면 업계 1위인 테라펀딩의 지난달 말 연체율은 17.48%로 집계됐다. 두달 새 6.5%포인트가 늘었다. 업계 2위 어니스트펀드도 0.13%포인트 오른 연체율 6.23%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두 업체의 누적 대출액은 각각 1조403억원과 7709억원이다.

연체율이 이처럼 치솟은 데는 업체와 투자자들의 높은 부동산 의존도가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P2P업계 총 대출잔액에서 부동산 PF 부문 대출 비중은 66%에 이른다. 위험도가 높은 부동산 PF는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중금리 대출을, 투자자들엔 고수익을, 업체엔 시장 점유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큰 폭의 원금손실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P2P금융은 대출자의 미상환이 곧바로 투자자의 원금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재까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정장치가 없어 개인이 큰 손실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사례로는 올 1월 테라펀딩이 첫 원금 손실을 기록했다. 경기와 충남 내 다세대 주택과 연립주택 신축사업에 투자하는 부동산 PF 대출상품 3건에서 평균 20%대의 손실률을 나타낸 것. 이들 상품 규모는 총 102억원 수준이다. 에잇퍼센트(8퍼센트)는 뮤지컬 제작 투자상품인 '더뮤지컬 1~12호'에서 평균 28%대의 원금 손실을 냈다. 팝펀딩은 사기 혐의로 검 수사를 받고 있다. 손실을 투자금으로 메우는 방식으로 분식회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맥 못추는 '법정협회' 설립... 전문가 "뭉쳐야 산다" 한목소리

잇단 악재 때문인지 최근 들어 업계도 내부 단합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현재 P2P업계는 올 하반기 현직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한 온투협 설립을 추진 중이다. 부동산대출 중심의 'P2P금융협회'와 신용대출 위주의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가 합심해 협회 준비위원회를 꾸렸고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등이 조직 운영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윤석헌 금감원장.
윤석헌 금감원장.

하지만 협회 설립 시기는 불투명하다. 현재까지 위원회 내 추가 충원이 없는 데다 정부와 업계 간의 교류가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고 있어서다. 대면 소통을 막는 감염 질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도 겹악재다.

온투협 설립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이달 6일 금감원이 주도한 업계 간담회에는 P2P금융협회 비소속 업체들만 참석했으며 상견례를 겸하는 자리라 업계 문제도 원론적 수준에서 거론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준비위원회와 설립추진단의 인력 충원과 소집 일정 조율 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도 "최근 업계 안팎의 불미스런 일들과 코로나19 여파 등을 감안해 일정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업계 개별로도 실한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등 자정 노력을 펴는 한편 법정협회 설립을 서둘러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심형석 부동산자산관리연구원 이사장은 "원금손실은 업계 특성 상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휘청일 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므로 큰 폭의 손실이 나더라도 업계는 동요하기보단 신속한 소비자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면서 "팝펀딩 사기의혹 등으로 업계 분위기가 흐트러져 있을 텐데 이런 때일수록 업체들이 뭉쳐서 소속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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