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둘러싼 원시 행성계 원반 상상도 (사진=NASA/JPL-Caltech)
별을 둘러싼 원시 행성계 원반 상상도 (사진=NASA/JPL-Caltech)

그동안 지구는 태양이 만들어지고 미(微)행성끼리 충돌하며 덩치를 키워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태양 주변의 '원시 행성계 원반'(planetary disk) 내에서 작은 먼지와 자갈 등이 정전기 작용으로 뭉쳐 미행성이 되고, 자체 중력이 생기면서 다른 미행성과의 상호작용과 충돌을 통해 원시 지구가 출현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적어도 수천만년은 족히 걸리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철의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지구가 미행성 간 충돌이 아니라 밀리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먼지들이 계속 집적되며 500만년밖에 안 되는 아주 짧은 기간에 형성됐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약 46억년에 달하는 태양계 역사를 하루 24시간으로 따지면 하루가 시작되고 불과 1분 30초 만에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마틴 쉴러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 떨어진 여러 종류의 운석에 포함된 철의 동위원소 구성을 분석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밝혔다.

코펜하겐대학에 따르면 연구팀은 철의 동위원소를 지금까지 어떤 연구에서보다 더 과학적으로 측정해 'CⅠ 콘드라이트'라는 운석만 유일하게 지구와 비슷한 성분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

지구는 '철-54' 동위원소가 달이나 화성 등 태양계 안의 다른 천체에 비해 유난히 적은 데, 운석 중에서는 CI 콘드라이트만 철-54 성분이 비슷했다는 것이다. 

CⅠ 콘드라이트는 부서지기 쉬운 형태의 석질 운석으로, 이를 구성하는 먼지는 태양 주변의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가스와 결합해 태양에 공급되던 것과 같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태양 주변의 강착 원반이 500만년 정도만 유지된 점을 고려할 때 원시 지구도 이 기간에 원반에서 물질을 받아 형성되고 철로 된 핵을 만들어 맨틀에 쌓인 철을 가져간 것으로 봤다.

CⅠ 콘드라이트 운석 (코펜하겐대학 홈페이지 캡처)
CⅠ 콘드라이트 운석 (코펜하겐대학 홈페이지 캡처)

태양계 안에서 만들어진 운석들은 지구 초기의 철 동위원소 구성이 지금과는 달랐다는 점을 보여주는데, 이는 젊은 별 가까이서 먼지가 열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수십만 년 뒤 열기가 식어 더 바깥쪽에 있던 CI 먼지가 열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구 강착 지역에 진입해 지구 맨틀에 쌓임으로써 현재와 같은 철 동위원소 구성을 갖게된 것으로 설명했다. 이는 핵이 맨틀에 있던 이전의 철을 모두 제거했기에 가능했으며, 핵 형성이 그 이전에 이뤄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로 제시됐다. 연구팀은 지구가 기존 이론처럼 미행성 간 마구잡이식 충돌로 형성됐다면 모든 것이 뒤섞여 철의 동위원소 구성을 한 가지 형태의 운석과 비교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우주 다른 곳에서도 우주 먼지 강착으로 행성이 미행성간 충돌 때보다 더 빨리 형성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같은 대학의 마틴 비자로 교수는 "초기 강착 이론이 정말로 맞는다면 물은 지구같은 행성 형성의 부산물일 가능성이 크며, 우주 다른 곳에서도 생명체의 구성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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