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SE2 랜더링 이미지(사진=OnLeaks, iGeeksblog)
아이폰 SE2 랜더링 이미지(사진=OnLeaks, iGeeksblog)

[디지터투데이 양대규 기자] 애플의 저가폰 전략이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올 초만해도 애플은 저가형 모델을 통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소비국인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한 부품과 조립 등의 대부분 생산 시설을 중국에 마련해 원가 절감을 꾀했다.

'아이폰SE2'로 불리는 애플의 신제품은 4.7인치 LCD 디스플레이와 홈버튼, 그리고 터치 ID 등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됐다. 공식명칭은 아이폰SE2가 아닌 아이폰9이 될 가능성도 크다. 가격은 399달러(약 46만원)로 알려졌다.

애플은 2017년을 제외하고 매년 3월 이벤트를 열어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올해도 애플이 3월 이벤트를 통해 아이폰SE의 후속 모델을 공개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애플은 이 같은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인다.

"생산일정 3월까지 연기될 가능성 있어"…생산량 10%↓전망

21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파장이 확대되며 애플의 차세대 저가폰인 아이폰SE2(또는 아이폰9)의 생산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또한 코로나19는 생산뿐만 아니라 판매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외신들은 애플은 3월 말 아이폰 SE2를 공개하며 4월 초에 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 전문 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17일(현지시각) 독일 IT매체 아이폰티커를 인용하며 애플이 3월 말 특별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폰티커는 행사는 “3월 말에 열릴 것”이라며 애플이 4월 3일 금요일에 아이폰SE2를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8일 나인투파이브맥은 전날과 180도 다른 기사를 보도했다. 애플의 생산이 지연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날 나인투파이브맥은 니혼게이자이 신문 보도를 인용해 애플이 당초 2월로 예정되어 있던 아이폰SE2의 생산 일정을 3월로 연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애플 공급 업체들은 평소 대비 30~50%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 주부터 더 많은 직원이 업무에 복귀하게 되지만 물류 운송에 대한 노동력 부족을 둘러싼 장애물로 인해 아이폰 공급이 4월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분기 아이폰 생산 전망치를 4550만대에서 4100만대로 약 10% 낮췄다.

애플이 단기적으로 중국 내 노동력 재개의 불확실성과 새로운 아이폰 생산에 관련된 특정 핵심 부품의 공급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애플의 위탁생산 업체인 폭스콘은 현재 일부 공장만 생산을 재개했다. 애플은 중국 매장의 휴업기간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재개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 10일 폭스콘은 중국 하남성 주요 공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장재개 승인을 받았으나 광동성 선전시 공장의 재가동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스콘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열흘 연장된 춘제(중국의 설) 연휴를 마치고 지난 10일 정저우 공장의 조업을 재개했지만 당시 인력의 10%인 약 1만6000명만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콘은 이달 말까지 중국 내 생산량의 50%를 회복하고 3월에는 이를 8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아이폰 SE2를 정상적인 스케줄대로 생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폭스콘 전경(사진=폭스콘)
폭스콘 전경(사진=폭스콘)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애플 "2분기 실적 목표 달성 어려워"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생산뿐만 아니라 판매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은 애플 전체 매출액의 약 17%를 차지한다. 아이폰은 애플에 최대 수익 창출원이다. 또한 애플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아이폰을 전년 같은 달보다 18% 더 많이 팔았다. 중국 내 아이폰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중국 시장 전체를 얼렸다. 지난 11일 영국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중국 내 다수의 스마트폰 판매점들이 문을 닫고,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가동도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음에 대해 올해 1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보다 최대 50%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했다.

기술시장 전문 조사업체 캐널리스(Canalys)는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신제품 출시 계획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면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중국 내 생산 로드맵을 수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널리스는 올해 1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출하량이 작년 동기 대비 절반가량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기술시장 조사업체인 IDC는 올해 1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출하량이 작년 동기 대비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애플은 17일 코로나19로 이폰 생산에 차질이 예상돼 3월 마감 분기 매출이 기존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 내 수요와 생산이 모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 때 언급했던 2분기 매출 목표 630억~670억 달러 달성이 힘들 것으로 애플은 예상했다.

애플 경영진은 중국 기반 제조업체에 대한 의존을 강점인 동시에 취약점으로 여겨왔다. 애플은 중국에서의 판매 손실보다 중국에서의 생산 차질을 더 많이 우려해왔다고 WSJ은 애플 전 임원을 인용해 전했다.

WSJ은 애플 임원들이 수년간 "애플은 또 다른 중국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면서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과 이에 따른 생산 차질이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중국에 의존해온 애플에 또 다른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진=애플)
(사진=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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