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미국 3, 4위 이동통신사인 티(T)모바일과 스프린트 합병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1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공룡 통신사 탄생이 기정사실화됐다. 이로써 미국 1위 이통사인 버라이즌과 2위인 AT&T, 그리고 티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법인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미국 내 5G 네트워크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미 법무부가 티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 승인 조건으로 6년 이내 미국 인구의 99%를 감당할 수 있는 5G 망 구축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 이동통신 시장의 변화가 국내 기업들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주 법무장관은 반대 소송을 벌여왔던 티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을 승인한 연방지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했다. 레티셔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과 하비에 베세라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은 그동안 14개주 법무장관들과 연합해서 티모바일이 스프린트를 265억달러에 매수하는 계획을 중지해 달라며 소송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고, 뉴욕주 법무장관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티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이 사실상 확정됐다.

앞서 티모바일과 스프린트는 지난 2018년 4월 합병에 합의했다. 이어 지난해 7월 미국 법무부에 이어 11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도 합병을 승인했다. 

사진=폰아레나
사진=폰아레나

이번 합병은 4위 스프린트가 3위 티모바일을 인수하는 형태다. 스프린트의 대주주는 소프트뱅크, 티모바일의 모기업은 도이치텔레콤이다. 미국 통신 시장 진출을 숙원 사업으로 꼽아왔던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번 합병을 강력히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 보다폰을 인수해 단기간에 NTT·KDDI와 어깨를 견주는 수준으로 성장한 바 있다.

◆티모바일-스프린트 합병으로 美 5G 네트워크 구축 가속화 

티모바일과 스프린트 합병으로 미국 5G 네트워크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티모바일은 자사의 저대역 주파수 대역과 스프린트의 중간대역 주파수 대역을 통합하면 전국 5G 네트워크를 더 빨리 출시할 수 있다고 강조한 적 있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 문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뉴욕주는 더이상 법원에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 대신에 합병 양사가 소비자들에게 최적의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협조할 것이며 뉴욕주 전역에 새로운 통신망 건설과 보수가 좋은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합병을 승인한 빅터 마레로 판사는 합병반대 진영이 티모바일과 스프린트 합병이 가격 인상과 서비스 품질 저하를 초래할 반경쟁적 행위라는 주장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디시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제4 이동통신사업자가 탄생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 두 회사의 합병이 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합병법인이 6년 이내에 99%가 사용 가능한 속도 100Mbps 이상급 5G망을 구축하도록 인가조건을 부가하며 합병을 승인한 적 있다. 기존 스프린트가 보유한 800㎒ LTE 주파수 대역 일부를 이동통신 사업권을 허가받은 디시네트워크에 양도하도록 했다. 스프린트는 부스트모바일, 버진모바일 등 알뜰폰 사업을 디시네트워크에 매각해야 하며, 티모바일은 디시네트워크에 7년간 네트워크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
 
◆미국 5G 투자 본격화,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 등 장비 기업 경쟁 치열
 
미국은 지난해 4월 5G 상용화에 나섰으나 넓은 영토와 분산된 인구, 낮은 초고속 이동통신 수요 등으로 LTE과 3G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티모바일·스프린트가 미국 전역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하면 버라이즌·AT&T도 5G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것이 미국 규제당국의 판단이다. 법무부는 만약 두 회사가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수십억달러의 벌금을 물릴 계획이다.
 
IDC코리아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 통신사의 시장점유율은 버라이즌 34.9%, AT&T 33.8%, 티모바일 17.5%, 스프린트 12.4%다. 통합 티모바일-스프린트의 합산 점유율은 29.9%로 1, 2위 통신사를 바짝 뒤쫒는다. 티모바일은 예전에도 무제한 요금제를 먼저 출시하는 등 다른 이통사와 다른 언캐리어(Un-carrier)전략을 통해 고객을 빼앗아왔다. 스트린트와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5G 라는 새로운 판이 열리기 때문에 통합 티모바일-스프린트에게 기회가 될 수 밖에 없다. 통합 티모바일-스프린트이 공격적인 5G 투자로 고객을 확보할 것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번 흐름은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에는 유리할 수 있다. 반도체·통신설비 등 5G 장비 및 단말기의 미국 수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5G 투자액은 총 327조원에 달할 전망이며, 현재 삼성전자와 노키아·에릭슨이 통신장비 납품 계약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버라이즌과 AT&T·스프린트 등 미국 통신 3사 모두에게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델오로(Dell’Oro)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5G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은 15%로 4위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올해 안에 5G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5G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의 네트워크 전문 기업 ‘텔레월드 솔루션즈’(TeleWorld Solutions)를 1월 인수하기도 했다. 텔레월드 솔루션즈는 효율적 망 설계와 최적화 기술을 가진 회사로, 삼성전자가 미국 네트워크 기업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G는 망에 활용되는 주파수와 기지국, 디바이스, 데이터 양이 많은 탓에 망 구조가 복잡하다. 이 때문에 효율적 설계 역량이 핵심이기도 하다. 더불어 쏠리드·HFR·KMW·에이스테크·RFHIC·오이솔루션·서진시스템 등 국내 5G 부품·장비 업체들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통신시장의 재편과 함께 공격적인 5G 투자 본격화로 삼성전자의 수혜가 예상된다. 이미 주요 통신 3사의 공급업체로 선정된 노키아, 에릭슨, 삼성전자 등의 통신장비 업체의 실적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며 “미국이 지난해 4월 상용화 이후 향후 5G 에 투자할 금액은 약 327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3대 통신사인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티모바일 인수예정)에 공급업체로 선정돼 본격적인 공급이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유진투자증권 (이미지 편집=백연식 기자)
자료=유진투자증권 (이미지 편집=백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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