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디지털세 도입의 국제적 합의를 추진 중인 가운데, 합의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국내 조세제도 개혁 논의 등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2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OECD 디지털세 기본합의안의 주요 내용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세 논의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다자간 조약형태로 전 세계 국가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조세 체계가 마련될 수 있지만 합의에 실패할 경우 각국의 독자적인 디지털세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두 가지 가능성에 대해 동시에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IEP는 "디지털 경제에 따른 새로운 조세제도 도입을 둘러싼 국내 조세체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합의 도출 실패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조세제도 개혁 논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디지털세에 대한 합의를 이루면 국내법 및 조약개정 등 일정을 고려해 2~3년의 시간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협의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이해 관계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작업반 회의를 통해 세수 확보, 기업의 조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세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법인세와는 별개로 기업들이 현지에서 낸 매출에 대한 세금을 추가적으로 걷고자 마련된 제도다. 

OECD 디지털세 기본 합의안은 디지털 기업 이외에 소비재 제조기업도 과세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이 디지털세 적용 대상 범위에 들어가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OECD는 올해말까지 디지털세 최종안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지만 디지털세 기본 합의안에 여러 쟁점이 남아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OECD 디지털세 논의 향후 일정(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우선 디지털세 부과로 인해 다국적기업의 추가 세부담 중 상당 부분이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KIEP은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 당시 딜로이트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기업은 디지털세의 4%를 부담하는 대신,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포함한 소매상이 각각 57%와 39%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고 밝혔다.

또 "프랑스 디지털세 도입이 결정된 후 미국의 주요 IT 기업들이 늘어나는 세수 부담을 수수료 인상으로 대응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통적인 기업에 대한 법인세 부과와 달리 이익이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세하기로 하면서 일반적인 과세 원칙과 불일치하는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이 경우 일부 기업은 순이익을 창출하지 않더라도 과세 대상이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KIEP은 "디지털세 과세 기준을 기업 규모로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공정과세 차원에서 전통적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초과이익 및 고정이익 산출 방식에 대한 불만, 글로벌 최저한세율의 기준에 대한 의견 불일치 등도 쟁점이라고 KIEP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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