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암호화폐 지갑 업체가 수익 모델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프라이빗 키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기존 기능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데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가 암호화폐 대출 등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암호화폐 지갑 업체들에겐 더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됐다.

이 가운데 네이버 라인의 ‘라인 블록체인 월렛’과 카카오 그라운드X의 지갑서비스 ‘클립’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이용자 기반을 갖춘 메신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갑을 내놓을 예정인 만큼 대중성과 수익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클립은 당초 지난해 출시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미뤄졌다. 하지만 최근 고객센터 설치와 상담원 채용 소식이 알려지면서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라인 블록체인 월렛은 일단 연내 출시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라인 블록체인 월렛은 라인 ID 통합 인증(SSO)을 통해 메신저 라인과 연동될 예정이다. 그라운드X의 클립 역시 카카오톡 서비스에 포함될 예정이어서 카카오톡을 통한 로그인을 활용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석구 소버린월렛 대표는 “라인과 카카오가 각각 메신저 ID를 활용하려는 건 이용자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려는 것도 있지만 기존 시장 규칙을 완전히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가 자금세탁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기존 금융 시장에서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메신저 ID를 활용해 이용자를 확인하고 자금 이동 과정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란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암호화폐 지갑은 블록체인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한 관문으로 통한다. 두 기업 역시 지갑 출시를 통해 각 사가 출시한 메인넷 기반 서비스의 활용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두 기업이 모회사 브랜드 파워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용자 확보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암호화폐 지갑 업체 관계자는 “암호화폐 지갑은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뒷단에 보안 솔루션이 얼마나 다른지 체감하기 어렵다”며 “모 회사의 브랜드 파워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킹 사고에 대처가 어려운 중소 업체와 달리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본력을 갖추고 있어 이용자에게 신뢰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인 블록체인 월렛은 프라이빗키 보관 기능 외에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탐색기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클립은 클레이튼 자체 토큰인 클레이와 클레이튼 기반 비앱(BApp·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들의 토큰을 보관하는 기능, 게임 아이템이나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보관 및 거래 기능 등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 지갑 모두 현재로선 기존 지갑 기능에 거래 기능을 일부 추가하는 형태로 지갑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지갑 업체들 사이에서 ‘지갑 기능만 가지고 사업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는 만큼 지갑 출시 후 다른 서비스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그라운드X 관계자는 “클립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이용자를 모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서도 “아직 서비스가 공식 출시된 것이 아니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