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올해 하반기 애플이 대만의 파운드리 전문업체 TSMC의 5나노(nm) 공정을 적용한 새로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장착한 아이폰을 공개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7nm에 이어 5nm 공정에서도 애플을 등에 업은 TSMC의 공세에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후발 주자였으나 7nm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2위까지 올라섰다. 업계 1위인 TSMC와의 기술 격차는 줄였으나 시장 점유율 등에서는 아직 큰 차이가 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과 퀄컴 등 전 세계 시스템 반도체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아직도 TSMC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자체 수요에 불구 파운드리에서는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난 7nm 경쟁에서도 삼성전자는 7nm 이하의 미세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알려진 EUV(극자외선) 노광 기술을 선점했다. 하지만 2018년 상반기 TSMC는 고전적인 ArF(불화아르곤) 노광 기술로 7nm를 달성해 애플의 A12 AP를 생산했다.

이를 통해 TSMC는 삼성전자보다 1년 앞선 2018년 상반기부터 7nm 양산 기술을 갖추게 됐으며 애플 외에도 퀄컴, 하이실리콘(화웨이), 엔비디아, AMD, 자일링스 등 대형 고객사들과의 계약으로 지난해까지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50%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ASML의 EUV 노광장비

 

TSMC, 상반기 5nm 기반 A14 AP 양산…애플, 하반기 제품 발매 가능성↑

TSMC는 이번에도 아이폰용 AP 생산을 통해 5nm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굳힌다는 계획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상반기부터 TSMC에서 양산되는 5nm 기반의 A14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폰과 아이패드 프로를 9월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디지타임즈는 소식통을 인용하며 애플이 5G 제품 로드맵을 토대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포함한 새로운 iOS 기기를 출시할 예정이며 이는 아마도 9월에 mmWave 등 5G 기능을 모두 통합해 5nm 공정의 A14 수요를 크게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의 A14에 이어 퀄컴의 차세대 스냅드래곤 875 역시 TSMC의 5nm 공정을 통해 생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퀄컴은 현재 갤럭시S20 시리즈 등에 본격적으로 탑재된 스냅드래곤 865 AP도 TSMC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다만 미드레인지급 스마트폰을 위한 스냅드래곤 765, 765G를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하며 퀄컴은 투 트랙 전략을 취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퀄컴의 AP를 수주받은 것은 고무적이지만 반도체 업체들은 아직도 하이엔드급 부품 생산에는 아직도 TSMC를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TSMC를 앞서기 위해서는 기술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파운드리 생산 규모와 신뢰도 등에서는 삼성전자가 전통적인 '완전 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역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7nm EUV 공정에서 삼성전자가 TSMC보다 먼저 기술 리더십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TSMC가 고전적인 ArF 공정으로 7nm 공정 기술을 먼저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고, 이어 EUV에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며 지금은 7nm EVU 공정까지 TSMC가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양사가 미세공정 기술 확보를 위해 경쟁을 하는 것은 반도체 생산에서 그만큼 유리하기 때문이다. 회로의 선폭 크기를 작게 할수록 똑같은 크기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생산성은 높아지고 가격은 저렴해진다.

또한 비슷한 성능에도 전력 효율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이는 최근 고성능, 저전력의 반도체 시장 트렌드에 필수적인 요소다. 같은 칩이라도 10nm보다는 7nm가, 7nm보다는 5·3nm 공정이 더욱 효율성이 크다는 것이다.

EUV 라인이 설치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사진=삼성전자)
EUV 라인이 설치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사진=삼성전자)

 

애플 '아이폰' 7·5nm AP, 삼성 '갤럭시'보다 빨리 탑재

애플이 자사의 AP에 TSMC의 최신 기술을 가장 먼저 적용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5nm 파운드리 프로세서의 생산은 물론 5nm 공정의 AP를 탑재한 스마트폰 공개 선점도 빼앗길 전망이다.

애플은 지난 2018년에도 TSMC의 ArF 7nm 공정을 통해 최초의 7nm AP A12를 탑재한 아이폰 XS 시리즈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10 시리즈에 퀄컴의 7nm급 AP 스냅드래곤 855를 탑재했다. 삼성전자의 7nm급 AP인 엑시노스 990은 지난해 말부터 양산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이달 공개한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S20에 퀄컴의 최신 AP인 스냅드래곤 865를 탑재했다. 해당 AP는 엑시노스 990과 함께 현재 생산되는 7nm 공정 제품 중에서 가장 높은 성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말했듯이 퀄컴은 스냅드래곤 865를 TSMC에서 생산한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와 퀄컴 두 회사 모두 상반기에 전략 제품을 양산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 무리하게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공개된 삼성전자 갤럭시 S20 시리즈
최근 공개된 삼성전자 갤럭시 S20 시리즈

삼성전자는 최근 공개한 갤럭시 S20 시리즈와 새로운 폴더블폰인 '갤럭시 Z 플립'에 사활을 쏟고 있다. 갤럭시 S20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된다. 올해는 새로운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플래그십 모델이 아니라면 5nm 프로세서를 적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퀄컴도 비슷한 상황이다. 주 고객인 삼성전자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톱3 업체 중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외한 화웨이의 경우에는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퀄컴의 AP가 아닌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서 개발한 기린 시리즈를 탑재할 가능성이 크다.

5nm 스냅드래곤 875의 양산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지금 당장 이를 원하는 고객이 많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애플은 상반기 아이폰 SE2(또는 아이폰9)로 예상되는 저가형 모델을 내놓으며 하반기에는 A14 기반의 플래그십 모델인 아이폰과 아이패드 프로를 시장에 공개할 여유가 있다.

또한 TSMC의 공정 개발 속도와도 비슷하기 때문에 애플은 5nm 기술을 보다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 단계 차이의 노광 공정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TSMC와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높은 기술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와 TSMC의 기술력은 거의 비슷한 수준에 있다"며, "연구 개발에서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높을 수도 있지만, 파운드리 생산과 마케팅 노하우는 TSMC가 앞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TSMC의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서는 기술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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