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우) 네이버 사옥 (사진=네이버)
(좌)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우) 네이버 사옥 (사진=네이버)

[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자신 지분이 100%인 회사를 포함해 계열사 수십 곳을 빠뜨렸다는 혐의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번 고발로 공정위와 네이버의 ‘불편한 관계’가 다시금 주목받는 모습이다. 2008년 불공정거래 제재 조치를 시작으로 공정위와 네이버는 10년 넘게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사안마다 차이는 있으나 지금까지는 대체로 네이버가 방어가 성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정위가 검찰 고발이라는 초강수를 둔 가운데, 이번에는 과연 승리의 여신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4일 네이버의 창업자이자 동일인(한 기업 집단의 실질적 지배자)인 이해진 GIO가 2015년 본인·친족, 비영리법인 임원이 보유한 회사 등 21개 계열사를 지정자료에서 누락한데 대해 경고와 함께 이 씨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지정자료는 공정위가 매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공정거래법 제14조 제4항에 따라 각 기업집단(그룹)의 동일인으로부터 받는 계열회사·친족·임원·주주 현황 자료를 말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7년과 2018년에는 해당 임직원이 통지를 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 누락 사실을 인지하고 자진 신고를 하는 등 사후에 노력을 했다는 점을 감안해 경고를 주는데 그쳤다”면서도 “2015년 건과 관련해서는 사안의 중대성과 고의성 측면에서 고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이같은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2017년에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처음 선정됐다. 2015년에 있었던 누락 건은 2017년 전의 일이지만 해당 자료가 허위로 제출됐다고 보고 제재를 가했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이 GIO가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고의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업계에선 2015년 자료를 현재 시점에서 문제 삼은 것이 이례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공정위의 역할이 대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기도 하고 네이버가 IT 업계에선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기업이긴 하지만 기업집단 공시와 관련해서는 경고는 해도 고발하는 경우는 많이 없었다”면서 “공정위가 네이버의 고의성을 높이 보고 다소 엄격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와 네이버의 공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공정위는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네이버에 2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당시 네이버를 운영하던 NHN이 2006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 판도라TV 등 동영상 업체와 계약을 맺고 해당 업체의 콘텐츠를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보여주면서 영상 앞에 광고를 넣지 못하도록 제한해 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NHN이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사업자라고 판단했으나 행정소송 끝에 2014년 대법원은 네이버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가 NHN을 인터넷 포털 사업자로 규정해 제재를 가했지만 검색 포털 시장과 동영상 서비스 시장은 분리돼 있기 때문에 시장 획정을 잘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 공정위는 네이버가 검색과 검색 광고를 구분하지 않고 게시했다는 등을 이유로 2013년 네이버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바 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검색 결과에 광고와 정보의 구분을 모호하게 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이에 대해 동의의결(사업자가 혐의사실에 대해 원상회복이나 피해구제 등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안)을 신청하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여 조사가 종결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네이버에 심사보고서 3건을 보낸 바 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특정 상품을 검색할 때 네이버 스토어팜이나 네이버페이 등록 사업자의 상품을 우선 노출시키도록 해 검색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봤다. 또 부동산 및 동영상 서비스와 관련해서도 네이버부동산과 네이버TV를 우선적으로 노출한 것도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법은 시장 점유율 50% 이상일 경우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본다. 하지만 동영상 서비스의 경우 유튜브가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법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해 관련 매출액의 최대 3%의 과징금 부과를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네이버로부터 의견을 수렴한 뒤 향후 전원회의에서 제재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공정위의 이번 고발을 바탕으로 추가 수사를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사안마다 다르기 때문에 검찰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공정위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시기는 2015년 3월경으로, 오는 3월이 되면 5년이 지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게 되기 때문에 검찰도 빠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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