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권광석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권 차기 행장은 당분간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일과 우리은행 인수인계 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해외금리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라임펀드 사태,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태 등 우리금융을 둘러싼 문제가 산적해 있는 가운데 손태승 지주 회장과 어떻게 합을 맞춰나갈지 주목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서울연수원 임시집무실로 첫 출근했다. 이날부터 권 내정자는 실질적인 인수인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임기는 다음달 24일 이후부터 시작되지만, 한 달 정도 일찍 출근해 주요 업무 등을 보고 받고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출근길에서 권 내정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 조직이 처한 현안을 단기에 극복하는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선 권 내정자가 업무를 일찍 시작한 이유로 우리금융에 닥친 문제들을 꼽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은 DLF 관련 제재심 뿐만 아니라 라임사태와 비밀번호 무단 도용 등 아직 풀어가야할 문제가 많다.
특히 DLF와 관련해서는 이달 12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기존 230억원의 과태료를 190억원 수준으로 낮추긴 했으나, 손 회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또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의 자펀드를 총 3577억원 판매하면서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금액이 높은 상황에서 최근 투자자들은 금융사가 펀드 판매 과정에서 손실 가능성 등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은 불완전판매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라임 사태는 책임 규명조차 명확히 이뤄지지 않아 당분간 사태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금감원과의 관계 또한 골칫덩이다. 최근 우리금융 이사회가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면서 사실상 '불편한 관계'가 시작됐다는 게 업계 대다수의 시각이다.
여기에 최근 금감원이 우리은행 일부 지점에서 일어난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을 정조준하면서 또다른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금감원은 이 사건을 추가 검사해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리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처벌과 관련된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이번 사건이 은행의 실적 압박으로 인해 벌어진 만큼 기관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권 내정자는 당분간 '조직 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4일 권 내정자가 손 회장 등 본부장 이상 임원급들과 점심을 같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권 내정자는 보장 임기가 1년에 불과하다는 것 때문에 숱한 하마평에 시달려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실질적인 그룹 2인자 역할을 맡게 된 권 내정자를 견제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결과적으로 이 소문은 조직 안정이 필요한 우리금융 전체에 생채기를 남겼다.
현재 우리금융은 우선 권 내정자의 임기를 1년으로 결정하되, 추후 성과를 지켜본 뒤 2년 임기를 추가로 부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행장의 임기는 2년 이상인 경우가 많다. 우리금융은 지난 2018년 손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선임됐을 때에도 1년의 임기를 부여했다. 그 이후 1년간 성과를 인정받게 되면서 지난 해 말 추가 임기를 다시 부여했다.
이날 두사람은 점심 자리에서 인수인계를 서두르기로 합의하고 조직안정을 위한 논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급한 현안에는 함께 대응하고, 그룹 안팎으로 불협화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대외적인 메시지 관리에도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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