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이하 베인) 출신 디지털 전문가들의 활약이 산업 전반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GS칼텍스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핵심 자리를 베인 출신들이 차지한데 이어, 최근 유통·금융 등 순혈주의가 강한 산업까지 침투를 확대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베인 출신들이 유통·금융기업의 임원으로 속속 부임하고 있다.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인 보맵은 최근 부대표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전략책임자(CSO) 자리에 배승호 전 베인 상무를 영입했다. 최근까지 배 부대표는 베인에서 대형 금융사의 디지털 플랫폼 전략 프로젝트와 주요 금융·통신·유통사의 핀테크 진출 프로젝트 등을 주도했다. 보맵은 배 부대표를 앞세워 향후 기존 보험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배승호 보맵 부대표, 이성용 신한금융 CDO, 강희석 이마트 대표. 

전통 금융권에서도 베인 출신을 영입했다. 지난달 신한금융그룹은 그룹 계열사의 디지털·정보기술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에 이성용 신한DS 사장을 앉혔다. 이 사장은 베인 서울사무소 대표 출신이다. 지난 2018년 말 조용병 회장의 삼고초려 끝에 지주사 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처음 신한금융에 발을 들였다. 

신세계도 계열사인 이마트를 두고 대수술을 단행했다. 해마다 12월 발표하던 인사를 두달 앞당겨 베인 출신인 강희석 소비재·유통 영업부문 파트너를 이마트 수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창립 26년 만의 첫 외부 인사 수혈이다. 지난해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냈던 이마트가 불황을 벗어나고자 '순혈' 대신 '수혈'을 택한 것으로 읽힌다. 강 대표는 베인에서 근무하는 14년간 유통업계 컨설팅 업무를 맡아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발굴 등의 업무에 힘을 쏟아 왔다.

기업들의 '디지털화'가 속도를 얻으면서 베인 등 컨설팅 기업 소속 전문가들의 역할도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기업들로부터 컨설팅을 의뢰받아 사업전략을 관리해주는 차원에서 벗어나 직접 경영 일선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컨설팅 기업은 시대의 흐름을 가장 빠르게 읽어 심부름을 수행하기 때문에 외국에선 컨설팅 기업 출신이 CEO에 오르는 게 관례처럼 됐다"면서 "전통산업이든 신산업이든 쇄신인사를 두려워하지 않아야만 디지털 전략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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