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s, 알뜰폰) 업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5G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실제 요금은 이통사보다 비싼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 요금제의 경우 선택약정할인(25%)이 가능하지만 알뜰폰의 경우 요금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5G 요금제 최저가가 5만5000원(월 9GB 기본 제공)인데 선택약정할인을 받으면 4만1250원이다. 반면 KT 알뜰폰 자회사 KT엠모바일이 내놓은 5G 요금제의 경우 SK텔레콤 요금제와 비슷한 혜택으로 4만5100원이다.

이렇게 알뜰폰의 5G 요금제가 이통사 실제 가격보다 비싼 이유는 이통사가 가져가는 5G 망도매대가가 아직 비싸기 때문이다. KT의 경우 KT엠모바일로부터 망도매대가로 75%를 가져 간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알뜰폰의 5G 요금이 이통사 실제 요금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KT엠모바일 뿐이 아니다. LG헬로비전의 경우 ‘5G 라이트 유심 9GB(월 3만9600원)’를 선보였는데 이는 프로모션 가격이고 프로모션이 끝나면 월 4만4000원으로 올라간다. 역시 SK텔레콤의 5G 최저가(4만1250원)보다 2750원이 비싸다. LG헬로비전의 5G 스페셜 유심 180GB 요금제도 마찬가지다. 이 요금제의 경우 6만6000원인데, 비슷한 혜택의 SK텔레콤 7만5000원 요금제(월 200GB 기본 제공)에 선택약정할인을 적용하면 월 5만6250원이다. SK텔레콤 요금제가 혜택은 월 20GB 더 많지만 실제 가격은 더 저렴한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가 당시 CJ헬로 알뜰폰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알뜰폰에서 5G 요금제를 출시하게 하고, LG유플러스의 망도매대가를 66% 수준으로 낮췄다. 3G와 달리 LTE나 5G 등 데이터가 많은 요금제의 경우 종량제(RM, Retail Minus)가 아닌 수익배분 방식(RS, Revenue Share)이 사용된다.
 
종량제는 3G 요금제에 주로 적용되는 방식으로 데이터 사용량만큼 도매대가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RS는 LTE 등에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뜰폰 업체가 이통사의 특정 정액 요금제를 재판매할 때 해당 요금의 일정 비율을 이통사에 도매대가로 지불하는 형태다.
 
KT엠모바일은 5G 슬림 M과 5G 슬림 스페셜 M 등 2종의 5G 요금제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5G 알뜰폰 서비스를 실시했다. 하지만 모회사 KT의 비싼 망도매대가로 KT 요금제보다 사실상 더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KT엠모바일)
KT엠모바일은 5G 슬림 M과 5G 슬림 스페셜 M 등 2종의 5G 요금제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5G 알뜰폰 서비스를 실시했다. 하지만 모회사 KT의 비싼 망도매대가로 KT 요금제보다 사실상 더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KT엠모바일)

예를 들어 LG유플러스의 5만5000원 5G 요금제의 경우 망도매대가가 66%이기 때문에 이 요금제의 판매 원가(사용 대가)는 3만6300원이다. 스마텔의 경우 월 3만8500원의 요금제를 내놨는데 2200원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반면 LG헬로비전의 경우 프로모션 종료 후에는 이 요금제 대상으로 7700원의 이익을 가져간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알뜰폰이 가입자 1명당 최소 2000~3000원, 많으면 7000~8000원의 이익을 가져간다”며 “이 비용에는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된다. 사업자가 가져가는 이익에 대해 정부가 간섭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KT엠모바일의 경우 LG유플러스가 아닌 KT로부터 5G 망을 임대하는데 LG유플러스의 66%보다 더 비싼 망도매대가(75%)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KT엠모바일이 KT로 제공받는 망도매대가는 4만1250원이다. KT 5G 요금제(5만5000원)에서 선택약정할인된 가격과 같다. 즉, KT엠모바일의 경우 이익을 조금이라도 남겨야 하니 본질적으로 KT보다 요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 9월 내놓은 알뜰폰 활성화 대책에서 5G 알뜰폰 요금제 출시에 KT는 유일하게 빠졌었다. KT는 바로 알뜰폰을 통해 5G 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망도매대가를 75%로 설정하면서 자회사 KT엠모바일이 자사보다 사실상 비싸게 5G 요금제를 출시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LTE의 경우 저가 요금제는 이통사가 40%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며 “망도매대가가 75%라는 얘기는 사실상 5G 요금제를 출시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 선택약정할인된 이통사 요금제보다 비쌀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 관계자는 “LG유플러스 망도매대가 66%의 경우 이통사의 네트워크 투자 비용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결정한 것”이라며 “알뜰폰의 경우 저렴한 폰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5G 요금제가 조기 출시되면서 알뜰폰 이미지가 업그레이드된 점도 분명히 있다. 아직 5G 알뜰폰을 출시하지 않는 SK텔레콤이나 망도매대가를 내리지 않은 KT의 경우 정부가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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