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개인정보 무단 도용 사건을 제재심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고정훈)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개인정보 무단 도용 사건을 제재심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고정훈)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우리금융지주와 금융감독원 간 힘겨루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근 금감원이 우리은행 고객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 변경사건을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 올릴 것을 재차 예고하면서부터다. 금감원의 우리금융 압박이 다각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금융의 대처에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8년 우리은행 경영실태평가의 IT부문 검사 결과 조치안을 제재심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검사에서 우리은행 일부 영업점 직원들은 고객의 인터넷·모바일뱅킹 휴면계좌의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간 계좌를 미사용한 고객을 활성화 시킨 경우 직원들의 성과점수로 반영된다.

이에 우리은행 측은 이미 자체 감사시스템을 통해 시정 조치한 사항이라고 해명한 상태다. 그러나 금감원은 최초 알려진 2만3000여건의 무단 도용 외에 추가 1만7000건의 의심사례를 발견했다며 제재심 상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제재심에 상정할 경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추가로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금감원은 해외금리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제재심에서 책임 부실을 이유로 최고경영자에게 '중징계'를 내린 상태다. 이번 사건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저촉할 소지가 다분한 만큼 또다시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선 이번 비밀번호 도용 사건 제재심이 금감원이 손 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해당 사건이 알려진 시점이 손 회장이 거취를 밝히기 바로 직전인 점과 검사 이후 1년2개월 동안 제재심에 올리지 않아서다.

이에 우리금융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0일 손 회장은 DLF 사태 제재심에서 중징계를 받으며 연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여기에 비밀번호 도용 관련 제재심에서 또다시 중징계를 받을 경우 우리금융 입장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DLF 관련 중징계 이후 우리금융은 손 회장의 연임 유지 의지를 피력해왔다. 지난 6일 사전 간담회에서 이사회는 "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기존에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관제재가 결정된 이후 최종 공식통보가 오면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3월 24일에 열리는 우리금융 정기 이사회 전에 법원이 가처분 신청 등을 받아준다면 손 회장은 연임이 가능해진다.

연임 의지는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으로도 드러난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달 31일 최종 후보를 내세울 계획이었으나, 전날 금감원이 손 회장에게 중징계가 내리면서 중단됐다.

현재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는 압축후보 3인 중 최종 1인을 선정하는 과정만 남았다. 압축 후보군 최종 3인은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 등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언론에 알려진 대로 내일 이사회가 열린다고 전달받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열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내일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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