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610조7562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금융그룹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지난해 국내 금융그룹들이 최고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리딩금융그룹 자리는 2년 연속 신한이 KB를 누르고 지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40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3조1567억원 대비 7.8% 증가한 수치다. 4분기 순이익은 50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지만, 전체적인 수익이 늘어나면서 2년 연속 3조원대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같은 성과는 신한은행 뿐만 아니라 비은행 부문에서의 성장이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신한카드를 중심으로 캐피탈, 저축은행 등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내면서 그룹 순이익 성장을 이끌었다. 또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자회사 편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그룹 사업의 포트폴리오까지 다양화했다.

KB금융은 아쉽게 리딩금융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신한금융 못지 않은 기세다. KB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조3118억원으로 전년대비 8.2%(2506억원) 증가했다. 2년 연속 3조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신한금융과의 격차도 91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 부문에서는 신한은행을 제쳤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은 당기순이익 2조4391억원을 기록하며 신한은행(2조3292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앞섰다. KB금융은 올해 굵직한 M&A를 준비하고 있는만큼 리딩금융을 탈환하겠다는 각오다.

하나금융도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4084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당기순이익 2조원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2005년 지주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이다.

대부분의 수익은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에서 나왔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전년 대비 3.4% 증가한 2조15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하나금융 전체 순이익의 89.5%를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금융정의연대, 민주노총, 참여연대금융센터 등은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시민단체들이 DLF사태 관련 금융감독원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그러나 금융그룹들의 '실적 잔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실적 위주의 행태가 과당 경쟁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재 금융권은 해외금리 파생결합상품(DLF)와 라임환매 중단 사태 등 굵직한 문제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과당 경쟁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과당 경쟁은 직원들의 실적 압박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리은행 일부 영업점 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거래가 없는 고객들의 인터넷·모바일뱅킹 비밀번호를 무단도용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오랜 기간 거래가 없는 고객이 다시 계좌를 이용하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서다. 현재 비밀번호가 무단변경된 고객은 4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4월부터 지점으로 확대되는 오픈뱅킹도 과당 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은행 앱에서 다른 은행의 계좌를 확인하거나 이체 등 업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한다.

문제는 오픈뱅킹이 대면으로 확대될 경우 직원까지 고객의 모든 계좌의 장보를 확인하는 일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이때 직원이 고객의 타 은행계좌에 여유자금을 발견할 경우 자사 상품가입 권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과당 경쟁을 서로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지켜지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라면서도 "어디까지를 선의의 경쟁 또는 과당 경쟁으로 볼건지 판단하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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