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키코 관련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와 관련된 통보 시한을 연장했다. (사진=픽사베이)
금융감독원이 키코 관련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와 관련된 통보 시한을 연장했다. (사진=픽사베이)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시중은행들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 베상을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에 대해 판단을 보류했다. 이에 10년 이상 이어져온 키코 사태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들의 키코 분쟁조정안 수락과 관련된 통보 시한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8일 한차례 연장에 이어 두 번째로 연장하게 된 셈이다.

기한 연장 이유로는 수락 여부 통보 시한까지 은행들이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금감원 입장에서도 은행들이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향후 금감원은 기한을 연장해주는 대신 최대한 해당 은행들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말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금감원은 이번 조정안을 근거로 나머지 147개 피해 기업의 배상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1개 은행으로 구성된 은행 협의체를 꾸릴 예정이다. 전체 피해기업에 대한 피해배상액은 2000억원 규모다.

현재 분쟁조정안 수용의 뜻을 밝힌 곳은 우리은행 뿐이다. 우리은행은 이사회를 통해 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배상하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다만 우리은행은 다른 키코 피해 기업과 자율조정을 하기 위한 은행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가장 큰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신한은행은 좀 더 셈이 복잡하다. 배상 규모가 은행 중 가장 높을뿐더러, 권고안을 받아드일 경우 다른 피해기업과 자율조정에서 추가 배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하나은행과 산업은행 등도 배상 여부를 결정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관계자는 “두차례 기한이 연기되면서 키코 사태가 언제쯤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향후 자율 조정에 돌입하더라도 합의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파생결합상품 사태를 두고 제재 수위를 논의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키코 관련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와 관련된 통보 시한을 연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는 구조의 파생상품을 뜻한다. 하한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을 무효로 하고, 상한 이상으로 올라가면 약정액의 1~2배를 오른 환율(시장가)로 매입해 약정환율로 매도해야 한다. 수출 중소기업이 환 헤지 목적으로 가입한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환율이 일정 범위를 넘어서면서 시작됐다. 환율이 하한 이하로 내려가면 계약이 무효가 되어 환손실을 해당 기업이 부담해야한다. 또 환율이 상한 이상일 경우에는 하한보다 더 큰 소실을 입는다. 일반적으로 상한 이상으로 환율이 오르면 약정금액의 2배 이상을 팔아야 한다는 옵션이 붙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폭등하면서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이 막심한 손해를 봤다. 심지어 흑자도산하는 경우도 허다할 정도였다. 2010년 금감원에 따르면 키코 관련 피해기업은 738개사로, 손실액은 3조2247억원에 달했다.

이는 은행들의 모럴 헤저드 논란으로 이어졌다. 피해 기업들은 은행들이 "기업의 손실 위험성은 무시하고, 은행은 수수료로 차익을 보전받도록 설계했다"며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2008년 피해기업들은 키코상품을 판매한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2013년 대법원은 "키코는 환헤지 목적에 부합되는 정당한 금융상품으로, 불공정 거래행위가 아니다"라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은행이 (키코를) 과도하게 판매하거나 설명의무 위반이 일부 있었다"며 은행측에 20~30% 가량의 일부 배상 책임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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