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사진=삼성전자)

[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중국발 신종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중국 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LCD(액정표시장치)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주요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공장은 물론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 NOR 플래시, CMOS 이미지센서(CIS) 등 주요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생산 거점도 우한에 몰려있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우한 지역에서 개발·생산되는 대부분의 부품들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과 경쟁 상대다. 이에 일각에서는 우한 내 생산이 줄어들면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에게도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신종 코로나가 중국 전 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국내 기업들의 중국 내 생산 시설에도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의 피해가 심해지면서 우한 내 주요 공장들의 생산량이 감소됐다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와 우한 내 업체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IHS마킷, "전 세계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량 2월 중 크게 감소"

최근 IHS마킷은 중국의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이 신종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받아 단기간에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IHS에 따르면 우한의 LCD와 OLED 패널 5개 공장의 생산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될 전망이다. 중국 내 모든 LCD 공장의 총 용량 활용률이 2월 중 최소한 10%, 심하면 20% 이상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한에는 ▲차이나 스타 옵토일렉트노닉스의 T3 저온 폴리실리콘(LTPS) LCD 팹 ▲CSOT의 T4 6세대 OLED 팹 ▲티엔마의 TM8 4.5세대 LTPS LCD 팹 ▲티엔마의 TM17 6세대 OLED 팹 ▲BOE의 B17 10.5세대 LCD 팹 등이 있다.

IHS 마킷 테크놀로지 리서치 데이비드 시에 디스플레이 시니어 디렉터는 "우한에 있는 디스플레이 시설은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의 실제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 공장들은 전염병 확산을 제한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명령 결과로 노동력과 핵심 부품의 부족에 직면해 있다. 이런 도전에 직면한 중국 내 최상위 디스플레이 공급업체들은 우리 전문가들에게 단기적인 생산 감소는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TV, 노트북 PC, PC 모니터용 LCD 패널 가격 인상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오픈 셀 LCD TV 패널의 가격은 원래 2월에 매달 1달러 또는 2달러씩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사태로 실제 인상 폭이 3달러~5달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YMTC 반도체 생산 공장 전경(사진=YMTC)
YMTC 반도체 생산 공장 전경(사진=YMTC)

 

中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어"

하지만 중국 정부와 업체들은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며 보고서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EE타임즈에 따르면 우한에 본사를 둔 3D 낸드플래시의 제조업체인 YMTC는 성명을 내고 "직원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현재 운영이) 정상적이고 질서정연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EE타임즈 차이나는 "정부 규정에 따라 직원들의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고 외국인 직원들의 복귀 시간을 늦추고 여건이 허락하면 원격 근무를 권장해 왔다"고 보도했다. 공장 내 감염 사례는 없고 칩 제조사는 전염병 예방과 마스크 발급, 온도검사, 업무 중인 직원 소독 강화 등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 메모리 업계 관계자들은 YMTC와 XMC 공장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한 외국 보고서들의 평가에 대해 중국의 현재 문제가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에 득이 될 것이라는 ‘추측에 근거한(speculative) 부정적인 예측’이라고 비난했다.

우한은 중국 후베이성 GDP의 37%를 차지하며 중국의 신흥 반도체 기술집중센터다. 3D 낸드를 생산하는 YMTC 외에도 NOR 플래시를 생산하는 XMC와 CIS 칩 등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이 업체들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최근에서야 일부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곳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우한 사태로 YMTC와 XMC의 일부 직원들은 춘제 이후 도시 폐쇄로 인해 일정대로 복귀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노동력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스플레이 굴기만큼 효과를 보지 못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다시 좌초될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 웨이퍼 공장들은 생산 라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비를 설치하거나 관련 기술자들을 파견하는 벤더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장비업체 중 한 곳이 현지 일본인 직원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하는 등 이탈이 일어났다.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8.5세대 올레드 공장(사진=LG디스플레이)

 

신종 코로나 확산에 중국 내 한국 기업들도 '불안'

중국 우한 공장의 생산 중단으로 라이벌인 한국 기업들에게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가 중국 전역으로 급격히 퍼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공장 가동 중단 시 피해가 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공장의 경우 대부분 정상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 등 반도체 생산라인은 춘제 연휴에도 최소 인력으로 가동됐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쑤저우를 비롯한 모든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도 옌타이 모듈 공장 외에는 모두 정상 가동되고 있다. 다만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난징과 광저우 공장도 가동 중단을 포함한 모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관련 산업의 타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지 휴무 상태가 장기화하면 공급망 전후방이 멈추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아직 부품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장기화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중국과 관련된 공급망을 면밀히 체크하고, 장기화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CM(공급망관리)이 온전하게 유지돼야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전반적인 SCM을 체크해가면서 슬기롭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영향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에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신종코로나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고, 부품 소재 단의 영향도 면밀하게 파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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