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배달이 내일 오는 거 봤어요?' 음식 배달로 성공을 거둔 배달의민족이 각종 가정간편식(HMR)과 생필품 배달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른바 '초소량 번쩍배달', B마트다. 배민찬 등 시행착오를 거쳐 그간 쌓아온 기반을 발판삼아 커질대로 커진 이커머스 업계의 빈틈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B마트는 3000여종의 제품을 1시간, 실제로는 30분 안팎으로 즉시 배달해준다. 제품의 특징은 '초소량', 그때 그때 먹을 양만 주문할 수 있다. B마트 광고에서처럼 "마트에서 세일하길래 왕창 사놨다가 버리는 일"을 방지, 즉 1~2인 가구를 저격한 것이다. 물론 간편식 외에 생리대나 바디샴푸 등 각종 생필품들도 구매할 수 있다. 5000원 이상 구매해야 하며 배달팁은 1월 27일까지 무료다. 맛집 배달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가 아직까지 배달팁 무료 및 할인 이벤트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B마트의 배탈팁 무료 프로모션도 꽤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2억757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바일 쇼핑 비중도 65.9%로 지난 1년 중 최대치다. 월간 거래액이 12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1년 통계 집계 시작 후 처음이다. 작년 10월 기록인 11조8120억원도 한 달 만에 최고 기록 타이틀을 떼고 내려오게 됐다.

이 중에서도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긴 1조1867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통계청은 음식서비스 다양화, 가정간편식 선호, 배송서비스 발달 등에 따른 소비 행태 변화가 거래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폭발적인 성장세인 이커머스 시장에 배달의민족이 뛰어드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급에 의한 수요 유발로 올해, 내년까진 성장할 수 있겠지만 지속가능한 시장은 아니라고 본다"며 "새벽배송은 물론 기존 유통업계까지 가세하며 너무 과밀해진 상태다. 조만간 대규모의 인수합병(M&A)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달의민족 앱 내 B마트 섹션 갈무리
배달의민족 앱 내 B마트 섹션 갈무리

 

◆새벽배송 실패 사례...배민은 역시 '즉시 배송'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새벽배송 서비스 '배민찬'을 시작했다 철수한 이력이 있다. 2015년 5월 빵, 주스, 샐러드 등 신선식품 정기 배송 스타트업 ‘덤앤더머스’를 인수, 배민프레시로 서비스하다 2017년 9월에는 반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브랜드 이름 또한 배민찬으로 바꿨다.

당시는 새벽배송 붐이 일었던 시기다. 스타트업인 마켓컬리와 헬로네이처는 물론, GS리테일, 2018년엔 쿠팡까지 가세했지만 결국 배민찬은 지난해 2월28일 서비스를 공식 종료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2018년 11월 종료를 알리면서 "치킨, 피자처럼 반찬도 곧바로 배송 받기를 원하는 고객 수요가 늘고 있다"며 "‘즉시 배송’ 형태로 배달의민족에 통합 운영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2018년 12월 내놓은 서비스가 '배민마켓'이다. B마트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배민마켓은 송파구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배민마켓의 배달팁은 3500원, 3만원 이상 주문 시 무료였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호응을 받더니, 강남구로 확장해 오픈베타서비스를 끝내고 B마트를 열었다.

신논현역 인근에 자리한 B마트 물류창고 앞에 배민라이더들이 대기 중이다. 작은 출입문에, 슬쩍 본 내부는 50평 남짓으로 굉장히 좁아보였다.
신논현역 인근에 자리한 B마트 물류창고 앞에 배민라이더들이 대기 중이다. 작은 출입문에, 슬쩍 본 내부는 50평 남짓으로 굉장히 좁아보였다.

 

◆ 예측가능성 높은 가공식품+소규모 물류센터

배민찬은 오후 1시까지 소비자 주문을 받아 파트너로 부터 물건을 공급받거나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제작해 배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문제는 파트너사가 소규모 업체가 많아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 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이다. 배달의민족 월 이용자(MAU)는 2017년 500만명에서 2018년 말에는 800만명을 돌파한 상황이었다. 

아울러 우아한형제들은 반찬 전문 제조시설과 전용 물류센터, 연구개발(R&D)센터까지 갖춰, 비용 또한 막대했다. 2018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배민찬을 담당한 우아한신선들은 12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며, 총 투자금액 330억원이 모두 우아한형제들의 손상차손으로 인식됐다.

이에 B마트는 신선식품이 아닌 수급이 쉬운 HMR 등 공산품 배달에 집중한다. 아울러 도심형 물류센터를 이용한다. 쿠팡이 최근 대구에 10만평 이상의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한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거대한 물류창고가 아니라 70~80평 대 도심형 물류창고를 이용해 운영비를 절감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배민라이더스와 커넥트 분들이 배달을 하고 계셔서 보다 효율적인 운영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배달의민족 MAU는 현재 1100만명이 넘으며, 배달업을 수행하는 배민라이더스는 1500~2000명, 일반인들과 개인사업자 계약방식으로 운용 중인 배민커넥트 라이더는 6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이 O2O 서비스에서 이커머스로 전환한 것은 그동안 쌓아온 기반들을 토대로 어느 정도 승부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라며 "억대 투자, 물량 공세들로 지쳐가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빈틈을 잘 파고든 프리미엄 서비스"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롯데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나우픽', 요기요나 타 편의점 배달 서비스도 최근 생겨나고 있으나, 배민은 이미 파급력을 가져 꽤나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