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국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6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픽사베이)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지난해 말 정부가 가계 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았지만 가계 빚이 위험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가계 대출 편법인 개인사업자 대출까지 늘어나고 있어 가계 빚이 공공부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대 은행(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총 204조552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말(191조769억원) 대비 7.1%(13조4760억원) 늘어난 수치다.

갑작스러운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 이유로는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 방안이 꼽힌다.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개인사업자의 경우 가계 대출 간 차이가 사실상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가계 대출에 '브레이크'를 걸자, 대안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이 점차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발 빠르게 개인사업자 대출과 가계 대출의 금리를 차별화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는 그대로 유지하되, 가계 대출 이자율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대표적인 가계 대출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평균 2.93%로 전월 대비 0.26p 올렸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운전자금 대출 이자율이 3.54%에서 3.56%로 0.02p 올랐다는 점을 보면 차이가 명확하다.

문제는 무분별한 대출 확대가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외부 충격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발생한다면 가계 빚은 고스란히 공공부채로 확대된다. 실제로 최근 이란발 위기가 닥치면서 유가와 금값 등이 폭등하자 한때 금융권에서는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나아지지 않는 경제상황도 발목을 잡는다. 현재 저소득 자영업자들은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대출 금액은 총 51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이중 잠재적인 부실로 평가받는 연체 차주 대출 비중은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4.1%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자영업자의 비율이 2.2%인 점을 감안한다면 약 2배 차이가 난다.

금융안정보고서는 2018년 이후 해당 수치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중 90일 이상 장기 연체 차주 대출 비중은 2017년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경기둔화 속에서 대출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계대출 잔액도 여전히 부담스럽다. 지난해 3분기 시중 5대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99조38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4%나 불어났다. 구체적으로 가계신용대출이 전년대비 5.13%(169조1680억원), 주택담보대출이 전년대비 8.94%(430조2051억원) 상승했다.

신규 연체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장기불황과 저성장 기조가 연체율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3분기 기준 5대은행 가계대출 신규 연체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7.42% 급증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610조7562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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