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앞길이 갈수록 안갯속이다. 당초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던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부닥쳐 좌절됐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경영 재개를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따라야 하는 만큼, 경영 정상화까진 다시 진통이 예상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을 보류했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ICT기업도 유상증자를 통해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규제를 낮추는 것이다. 현재 케이뱅크는 KT를 대주주에 세우지 못해 자본금 부족으로 9개월째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업계에서 이번 법안의 처리 여부가 케이뱅크의 생존을 결정 지을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추측을 내놨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생법안이 처리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생법안이 처리된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은 일부 의원의 반대로 보류됐다. (사진=연합뉴스)

복병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었다. 채 의원은 이날 법사위에서 "불공정거래행위를 행한 특정기업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분명한 특혜다"며 "유독 인터넷은행법에 한해 대주주심사에서 공정거래법을 떼어 두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KT의 케이뱅크 유상증자를 위해 인터넷은행 대주주 진입 문턱 자체를 낮추는 등 법안을 손질한다면 금융업 질서가 무너질 것이란 얘기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채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며 오는 제2소위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뜻을 밝혔다.

또 한 번 법사위 문지방을 넘지 못하게 된 케이뱅크는 "답답하고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는 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2대 주주인 KT의 주도로 6000억원 가량의 대규모 증자를 추진하기로 돼 있었다. KT를 최대주주로 올린 뒤 1조원 수준의 자본금을 확충한단 복안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애초에 인터넷은행이 ICT기업이 주도하는 모델로 설립된 것인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전통 은행들과 같이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케이뱅크도 막 걸음마를 내디딘 신생 은행 격인데 '왜 똑바로 못 걷냐'고 혼이 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혁신 정보기술로 시중 은행권에 메기 역할을 한다'는 본래 인터넷은행의 취지와 입법 방향성이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분간 케이뱅크는 KT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주요 주주사와 주주 재편과 증자 방안을 논의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예·적금과 해외송금 서비스는 계속 운영 중이지만 은행 수익을 견인하는 대출 분야의 신규 대출을 멈춘 상태라 다들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듯하다"면서 "일단 국회 상황을 주시하면서 주요 주주들과 접촉해 자본 확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지난해 하반기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데다 이달 중에는 토스뱅크의 본인가가 예정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법 개정 전까지 옴짝달싹 못하는 케이뱅크로서는 기존 주주구성에서 수혈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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