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2019년 블록체인 시장 최대 화두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참전이다. 삼성전자, 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블록체인 시장 플레이어로 들어오면서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에 큰 파장을 미쳤다는 평가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블록체인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 갤럭시S10을 내놓으며 블록체인 서비스의 사용성을 높일 키플레이어로 부상했다.

페이스북도 가세했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송금, 결제용으로 쓰일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 계획을 내놨다. 전 세계 규제당국은 민간 기업이 화폐 발행을 주도해 금융 시스템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강력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각국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연구와 시범 발행에 촉매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좋은 소식만 있었던 건 아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580억원 규모 이더리움(ETH)이 유출되면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에서도 해킹, 암호화폐 유출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거래소의 보안체계 구축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팽배했다.

상용화 서비스 출시는 계속되지만 제도권 진입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국내에선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 등을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 통과가 내년 임시 국회로 넘어가면서 2020년에는 규제 관련 이슈가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암호화폐 지갑과 디앱 사용을 한번에... 삼성, 스마트폰으로 블록체인 지원 사격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블록체인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 갤럭시S10을 출시했다. 갤럭시S10에는 암호화폐 지갑과 송금 기능,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한번에 할 수 있는 ‘블록체인 키스토어’가 탑재됐다.

블록체인 키스토어는 암호화폐 지갑과 송금 기능이 있는 ‘블록체인 월렛’과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댑스(dapps)’로 구성됐다. 

기존에는 암호화폐를 사용하려면 해당 암호화폐 전용 지갑을 내려 받고나서 디앱을 사용하기 위해 또다시 별도 과정을 거쳐야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에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기본 탑재하고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통해 지갑과 디앱을 한번에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기존에 복잡했던 과정을 줄여줘 불편함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출시를 계기로 블록체인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채원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장 전무는 지난 5월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갤럭시S10에 이어 블록체인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폰도 점차 확대해 새로운 경험의 장벽을 낮추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 지난 11월에는 개발자 컨퍼런스 ‘테크토닉(Techtonic) 2019’를 통해 자사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전용 처리 프로세서(CPU)를 장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며 서비스 외에 기술적인 지원 역시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 개발자들이 디앱을 개발한 뒤 블록체인 키스토어와 쉽게 연동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키스토어 소프트웨어 개발키트(SDK) 등도 지원하고 있다.

갤럭시S10에서는 현재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의 클레이튼, 트론(TRX) 등을 지원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트론 기반 디앱 3개를 추가 지원하면서 갤럭시S10에서 사용 가능한 디앱은 총 33개가 됐다. 올해 지원 현황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지원 암호화폐와 디앱이 꾸준히 늘 거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 리브라, 전세계 디지털화폐 발행·연구 촉발하다

페이스북은 지난 6월 자체 발행 암호화폐 리브라 백서를 발표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이용자를 대상으로 송금, 결제 등에 사용될 암호화폐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리브라를 운영, 관리할 기업체 연합 리브라협회를 구성해 초기 회원사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전 세계 규제당국은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화폐가 기존 금융 시스템에 위협이 된다고 보고 우려를 강력히 표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백서 발표 직후 미국 상·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 공세를 받기도 했다. 

페이스북이 규제 이슈를 해결할 수 있을지 미지수가 되자 리브라협회 참여 의사를 밝혔던 비자, 마스터카드 등 주요 기업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규제 이슈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지만 페이스북은 리브라 발행을 일단 내년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한편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디지털화폐 발행을 구상해오던 중국의 디지털화폐 발행 계획을 앞당기는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다. 무장춘(穆長春) 인민은행 결제국 부국장 지난 8월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열린 ‘제3회 중국40인 금융포럼’에서 “5년 전인 2014년부터 디지털 화폐 발행에 관한 개발 및 연구를 준비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을 시작으로 프랑스, 러시아 등도 디지털화폐 발행을 고려하거나 시범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장은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계획이 없다던 우리나라도 지불결제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단으로 디지털화폐에 주목하며 관련 연구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에는 CBDC 연구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전문 인력 역시 보강하기로 하면서 2020년에도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끊이지 않는 국내외 거래소 해킹... 보안체계 지적 이어져

지난 11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580억원 규모 이더리움이 대량으로 유출됐다. 2017년 1월부터 2019년 12월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암호화폐 유출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지난 3년간 국내 거래소에서는 총 8건의 암호화폐 유출 사고가 발생했는데 피해 금액은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보안 사고까지 합하면 사고 건수와 피해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보안 사고는 국내만의 일이 아니다.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도 지난 5월 해킹 공격으로 비트코인 7074개(4100만 달러, 480억 원 규모)를 탈취당한 바 있다.

사고 발생 후 거래소들은 이용자 자산을 거래소 자산으로 충당하겠다고 했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보안 업계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지갑 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커 동향 파악을 통해 해킹 위험에 대비하는 방식으로 보안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암호화폐 제도화와 더불어 거래소 보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연내 통과 좌절된 특금법 개정안... 내년 2월 안에는 통과돼야

암호화폐 신고제 등을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 통과는 내년 임시 국회로 미뤄졌다.

지난 6월 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암호화폐가 자금세탁, 테러자금 등에 사용될 것을 우려해 관련 권고안을 내놓은 바 있다. 권고안은 암호화폐 취급 업소가 영업하기 위해서는 소재지에 신고·등록해야 하며 거래 당사자의 이름, 주소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FATF 권고안을 반영한 특금법 개정안이 지난 11월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첫발을 디뎠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관련 산업에 대한 규제가 없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금융위원회도 FATF 상호평가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국가 신용등급 하락, 국제 환거래 불이익, 회원자격 박탈 등을 당할 수 있어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특히 내년 4월에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려 그 전까지 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입법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해 업계의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FATF 상호 평가 결과가 2월에서 4월 사이에 나올 텐데 입법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평가를 받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며 “저희(금융위)로서는 특금법 개정안 통과가 상당히 시급한 문제”라며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