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올해 서버 시장이 예상을 깨고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만 해도 올해 서버 시장은 침체기가 예상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지속으로 클라우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전체적으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의 약진과 미·중 무역전쟁의 완화로 하반기 들어 서버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며 서비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과 중국이 무역 협상 1단계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장기적으로 서버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WS·페이스북, ODM 직접 서버 출하량 10% 증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자회사 DRAM익스체인지는 "AWS,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성장 예상과 함께 무역 전쟁이 약화되면서 서버에 대한 수요가 회복됐다"며 "2019년 출하 점유율 기준으로 델 EMC, HPE, 인스퍼(Inspur), 화웨이, 레노버가 서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DRAM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서버 시장은 글로벌 교역 상황과 ODM(제품 위탁 생산) 생산라인 전환 등 요인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그러나 2분기 미·중 무역 관계가 개선되면서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시장 수요가 다시 형성됐다.

데이터센터(사진=Pexels)
데이터센터(사진=Pexels)

트렌스포스 수석 분석가 마크 루는 "2019년 ODM 서버 출하량의 주요 성장원이 AWS와 페이스북"이라며 "두 회사는 자체 구축한 APAC(아시아-태평양지역) 데이터 센터와 콜로케이션 데이터 센터에 대한 서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의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AWS와 페이스북용 ODM 직접 서버의 출하량은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마크 루는 올해 구글과 MS 애저의 서버 수요는 전년 대비 약간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1분기 ODM 생산 라인의 이동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 ODM 생산의 수율이 안정화됨에 따라 ODM 출하량도 정상화되는 추세다.

전체적으로 4대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는 5~6%의 서버 수요 증가율을 보였다.

업계는 내년에는 데이터 센터 투자가 증가하며 서버 수요도 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AWS와 페이스북의 APAC 운영의 지속적인 확대는 서버 출하량을 증가시키며, 구글의 새로운 생산 라인의 수익률이 증가하고 MS는 펜타곤과 100억달러(약 11조6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진행하는 등 호재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글로벌 기업들의 서버 수요가 올해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델·HPE 등 美 서버 제조업 출하량, 일부 감소

서버 수요는 예상보다 늘어났지만, 서버 제조업체들의 출하량과 매출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 2위 업체인 델 EMC와 HPE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3분기 서버 제조사 매출(자료=IDC)
올 3분기 서버 제조사 매출(자료=IDC)

IDC의 리서치 담당 선임 애널리스트인 폴 마구라니스는 “지난 분기에 서버 시장이 실제로 하락한 반면, 차세대 워크로드 및 고급 서버 혁신은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수요를 거의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게 했다”며 "실제로 지난 16년 이상의 전 세계 분기 서버 출하량에서 2019년 3분기는 2018년 3분기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델 EMC의 매출은 전년 대비 10.8% 감소했으며, HPE는 3.2% 줄었다. 반면 HPE에 이어 3위를 기록한 인스퍼는 같은 기간 매출이 15.3% 증가해 시장 점유율을 9% 차지했다. 이밖에 레노버 매출은 16.9% 줄었고, 시스코는 매출은 3.1% 증가하며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올해 서버 출하량(자료=트렌드포스)
올해 서버 출하량(자료=트렌드포스)

트렌드포스는 올 한해 출하량은 델 EMC보다 HPE가 더 줄었다고 밝혔다. 1위 델 EMC와 2위 HPE가 각각 5%와 8%의 하락을 기록했다.

델 EMC의 출하 예상치는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미국에 본사를 둔 데이터 센터의 주문 대부분이 ODM 팹으로 전환됐다. 또 다른 요인은 중국 기반 기업 고객들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 내 브랜드인 화웨이와 인스퍼를 선택했다.

HPE는 글로벌 디지털 변환 프로세스와 인텔의 새로운 플랫폼 채택이 더디게 진행되며, 일부 기업 고객들이 다른 브랜드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로 갈아탄 것으로 분석된다. HPE의 엔터프라이즈 클라이언트는 현재 서버 사업의 97%를, 나머지 3%는 하이퍼스케일 서버다. 업계는 장기적으로 HPE가 서버 시장 점유율을 점차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인스퍼·화웨이 등 中 업체, '트럼프' 덕에 오히려 성장

미국 업체들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손실을 봤으나, 오히려 중국 서버 제조 업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으로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퍼는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중국 내 대부분의 대형 데이터센터와 통신업체들이 국내에서 제조된 서버를 사용해, 전년 대비 11% 성장한 10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금지 조치로 서버 제조에 필요한 부품을 확보하지 못해 2분기 출하량이 줄었지만, 3분기 양국의 무역관계가 점차 개선되면서 서버의 고객 주문량이 다시 증가했다. 상반기 대비 60%나 높은 출하량을 보였다.

테스크포스는 “화웨이 서버 사업의 주요 성장 동력은 국내 5G 인프라용 서버, 해외시장 내 자동차업체 및 통신사업자 데이터센터 등에서 비롯됐다”며, “또한 화웨이는 올 3분기 이후 모바일 클라우드를 자체 구축 데이터 센터로 점차 이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적인 합의 수순에 들어가, 내년에는 클라우드 업체들의 데이터센터 증축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다시 미·중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어 긍정적인 미래만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 1단계 합의와 관련, 서명식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서명식을 가질 것"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것을 끝내기를 원하기 때문에 더 빨리 서명을 할 것"이라며 "협상은 끝났다. 지금 막 (협정문을) 번역 중"이라고 강조했다.

1단계 무역협정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미 무역대표부(USTR)는 요약본만 발표했다. 양국은 내년 1월 예상되는 1단계 합의 이후 2단계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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