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한‧중‧일 과학기술장관들이 7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3국이 그간의 외교 갈등을 풀고 새로운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과기장관 회의는 24일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이후 열리는 첫 실무급 만남으로 얼마나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해 낼지 주목된다.  

26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성 대신(장관), 왕즈강 중국 과학기술부 부장(장관)은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4차 한‧중‧일 과학기술장관회의를 가졌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인사말에서 "지난 7년을 되돌아보면 3국 과학기술 협력은 미약했다"고 말했듯 한‧중‧일 3국은 그간 소원했다. 이번 회의도 2012년 4월 중국 상해에서 개최된지 7년 8개월여 만에 열리는 것이다. 

이는 3국 간 외교 갈등 탓이 컸다. 중국과 일본은 지난 7년 동안 전략 대화를 하지 않았고, 최근 한국과 일본도 반도체를 둘러 싼 무역 규제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과 중국 관계 역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한한령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최근 들어 3국 간 화해의 물꼬가 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3국은 지난 24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열고 '향후 10년 3국 공동비전'을 채택했다. 

3국은 "우리는 향후 10년 간 국제 사회에서의 중대한 변화, 새로운 글로벌 성장 동력의 출현 및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대전환의 급속한 진전을 목도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3국 정상회의와 3국 외교장관회의를 정례 개최하는 것이 3국 협력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의 촉진을 위해 중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한다"며 회의 정례화 등 협력증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국 과학기술부, 일본 문부과학성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제4차 한중일 과학기술장관회의' 를 개최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미지=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국 과학기술부, 일본 문부과학성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제4차 한중일 과학기술장관회의' 를 개최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미지=과기정통부)

이에 정상회의에 이어 열리는 첫 실무급 회담인 이번 과기장관회의에 거는 기대가 크다. 실제 3국은 이번 회의에서 지난 2011년 이후 중단됐던 ‘한‧중‧일 공동연구협력 프로그램(JRCP : Joint Research Cooperation Program)’을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세부사항 조율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청년과학자 워크숍 개최 일정도 협의했다.

또 미세먼지, 전염병, 지진 등 3국의 공통 관심사에 대한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 장관은 "지금 세계는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오염 돼지열병 조류독감 등 전염병, 이상기후에 따른 한파 폭우 등 자연재해에 직면해 있다. 이를 과학기술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하는 중"이라며 "동북아 지역 또한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3국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효율적인 대처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3국 과학자 기술자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성 대신은 “지난 2016년 일본이 받아들인 연구자 중 중국 연구자가 가장 많았고, 한국은 3위에 해당됐다”며 “강력한 연결고리를 통한 동북아 문제 해결 협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중국도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왕즈강 중국 과학기술부장은 “아프리카에서 해양 플라스틱을 치워야만 배가 순항할 정도로 오염 문제에 직면한 적 있다”며 “이상기후 변화도 빙하 녹는 상황 등을 고려해서 국제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개방을 통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왕즈강 부장은 내년을 ‘한·중·일 과학기술혁신 협력의 해 2020’으로 선언해 3국이 공동 주최하고, 다양한 관계자들이 동참하는 협력사업들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중국측의 제안을 환영하며 과학기술혁신 협력의 해는 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협력사업을 통해 3국의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이어 한·일 양국은 과학기술장관 양자회담을 개최하고, 장기간 중단돼 있는 양국의 과학기술 교류·협력을 복원하기 위해 한국의 과기정통부와 일본의 문부과학성 간 국장급 정부 회의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양국의 과학기술 협력을 위해 공동연구 재개 및 과학기술혁신 포럼 개최에 대해 협의하고, 세부사항은 국장급 회의체를 통해 조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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