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조 회장이 앞으로 3년 간 어떤 전략과 방향성을 갖고 신한금융을 이끌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연임 과정에서 신한금융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만큼, 그룹 전반의 보다 과감한 혁신과 세대 교체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연임 확정 전부터 조 회장의 발목을 잡아온 채용비리 재판 결과 등이 아직 남아 있어 조 회장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은 연임 확정과 함께 신한금융의 중장기 전략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신한금융의 중장기 경영 전략인 ‘2020 스마트 프로젝트’는 올해로 끝나기 때문이다.

2020 스마트 프로젝트는 신한금융이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확고히 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조 회장은 지난 3년간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강화했다. 조 회장의 연임 확정 뒤에는 이런 가시적인 실적이 있었다는 평가다.

(사진=신한금융그룹)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연임 이후 중장기적 전략 마련에 나선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내년 1월 열리는 신한경영포럼에서 제2의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포럼은 전 그룹사 CEO와 경영진, 본부장이 모여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그에 앞서 조 회장이 자회사 CEO를 비롯한 경영진 인사를 어떻게 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신한금융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는 19일 열린다. 자경위는 조 회장을 위원장으로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CEO는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김영표 신한저축은행장, 배일규 아시아신탁 사장, 유동욱 신한DS 사장, 김희송 신한대체투자 사장이다. 또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은 내년 2월, 서현주 제주은행장과 남궁훈 신한리츠운용 사장은 각각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회장이 이번 자회사 CEO 인사를 어떻게 할지에 따라 향후 신한금융의 향후 전략과 방향성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 회장이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들도 만만치 않다. 연임 확정 전부터 조 회장의 발목을 잡았던 ‘채용비리’가 대표적이다.

채용비리는 신한은행이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일부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 부정 채용한 사건을 말한다. 검찰은 조 회장이 지난 2015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신한은행장을 지내는 동안 관련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임원 자녀 등을 부정 채용했다고 보고 있다. 은행장이 합격자 발표에 관한 최종 결재권자인데다 구속 기소된 전직 인사부장들과 공모까지 했다고 판단한다.

검찰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외부 청탁을 받은 지원자를 ‘특이자 명단’으로, 부서장 이상 임직원 자녀들은 ‘부서장 명단’으로 관리했다. 반대로 서류 전형과정에서는 나이가 기준보다 많거나 학교별 등급에 따라 학점 기준이 미달되는 경우에는 일명 ‘필터링 컷’을 적용해 탈락시켰다. 이외에도 신한은행은 남녀 합격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일부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내년 1월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만약 집행유예 이상 형을 받게 될 경우 지배구조법상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내년도 어두운 은행 업황도 조 회장이 풀어나가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저금리,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내년 은행 업황이 밝지만은 않아서다. 현재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는 각각 업계 1,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계열사들은 업계 내 영향력이 크지 않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통합작업도 문제다. 단순히 조직이 합치는 차원이 아닌 조직 안팎으로 진정한 통합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와 합병하면서 리딩금융자리를 탈환했지만, 영업채널과 조직문화 등이 상이해 '화학적 결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부문 강화도 신한금융이 지속적으로 강화해야할 필요가 있다. 조 회장 취임 이후 신한금융 글로벌 부문은 4.4% 이상 성장을 이뤄냈지만, 아직까지 조 회장이 목표했던 순이익 20% 달성에는 미치지 못한 상태다. 아직까진 글로벌 금융사들과 경쟁하기에는 영향력이 적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최종 후보 확정 이후 "대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불확실성이 커 기본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취재에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2020 스마트 프로젝트의 보완을 비롯해 진정한 글로벌화를 위해 고객 자산을 다양하게 확대하는 관점에서 솔루션을 제시하는 방안으로 해외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중강기 전략에 대한 뜻을 내비췄다.  

힘 있는 목소리와 명확한 전달력에도 불구하고 조용병 회장의 스피치에서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행동 언어의 부재가 원인이다. 조회장의 스피치에서 행동 언어를 분석한 결과 시종일관 같은 표정과 몸의 움직임이나 음의 높낮이도 거의 없다. 따라서 PI 관점에서 조회장에게 개발이 필요한 영역은 행동 언어다. 자신감 있는 말과 부합한 행동 언어를 개발해 좀 더 생기 있는 스피치를 할 필요가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연임 이후 중장기적 전략 마련에 나선다. (사진=신한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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