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대한항공이 창사 첫 단기 무급휴직에 이어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계속된 악재에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23일까지 만 5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운항승무원, 기술 및 연구직, 해외근무 직원 등 일부 직종이 아닌 일반직과 객실승무원 대상이다. 지난 2013년 110명 규모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이후 6년 만이다.

대한항공은 희망퇴직 신청 직원에게 법정 퇴직금과 최대 24개월분의 월 급여를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퇴직 후 최대 4년간 자녀의 고등학교, 대학교 학자금 등을 복리후생으로 지원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퇴직금이 평균 1억원 후반대일 것으로 보고 있다.

IATA 총회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조원태 사장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오는 23일까지 만 5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업계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에 대한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달 29일 정기인사에서 임원 수 조정을 시행했다. 임원 조직 체계를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임원 규모도 108명에서 79명으로 줄였다.

앞서 지난 10월 대한항공은 3개월 단기 무급휴직 제도를 진행하기도 했다. 희망퇴직과 마찬가지로 직원이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제도다. 당시 대한항공은 직원의 재충전 등을 단기 무급휴직 시행이유로 들었지만, 인건비 절감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단기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은 상주인력 감소로 이어져 인건비 절감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대한항공의 행보는 최근 항공업계에 터진 유례없는 악재 탓이 크다. 일본 불매 운동과 보잉 사태, 홍콩 민주화 시위 등이 겹쳐 항공업계는 힘든 한해를 겪는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항공이용객은 312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지만, 알짜 노선인 일본노선은 전년 동기 14.6% 감소했다. 특히 국제화물의 경우 일본, 중국, 미주 등 전 지역에서 총 100만톤 줄어들었다. 지난 2017년 7월 이후 첫 감소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대한항공 4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같은 분기 대비 70.2% 줄어든 191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은 4분기 868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 폭을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이는데는 성공했지만, '적자행진'은 계속되는 셈이다.

그동안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던 저비용항공사(LCC)도 동반 하락한다는 평가다. 제주항공 323억원, 진에어 239억원, 티웨이 209억원 등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관계자는 “한 해 가장 성수기로 평가받는 3분기조차 항공업계 대부분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성수기 장사를 망쳤는데, 비수기로 평가받는 4분기에는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일본 불매운동, 보잉 등 악재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당분간 업계 상황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올해 초 주총에서 KCGI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오는 23일까지 만 5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사진=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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