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행정안전부(행안부)가 승강기업계의 불법 하도급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11일 행안부는 하도급 제한 규정을 위반한 현대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등 승강기 대기업 4개사에 대해 형사고발 등 엄중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승강기 유지관리보수 자격을 취소 요청하는 공문까지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승강기 대기업 4개사는 지난 2013년부터 승강기 유지관리보수 업무를 중소 협력업체에 편법적으로 하도급했다. 이들 4사는 올해 기준 국내 승강기 신규설치 83.5%, 유지관리 56.3%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승강기 안전관리법은 승강기 유지관리와 부실 등을 방지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하도급을 제한한다. 발주자 동의를 받아 일부 업무를 하도급하더라도 그 비율이 50%를 초과하면 안된다.  

그러나 이들 4사는 공동수급협정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하도급 사실을 숨겼다. 사실상 하도급이지만 동등한 업체로 위장한 것이다. 실제로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는 대부분 중소업체에 분담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을 하던 근로자 9명이 숨졌다. (사진=픽사베이)
행안부가 현대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 한국미쓰비시엘리베이터,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가 편법적으로 하도급을 했다고 발표했다. (사진=픽사베이)

승강기 유지관리로 발생하는 매출도 모두 관리했다. 이들 4사는 매출액에서 20~40% 뗀 나머지 금액을 협력업체에 기성대가로 줬다. 이 과정에서 업무지시와 실적관리 등 원청업체의 지위와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행안부는 파악하고 있다. 

승강기 안전관리법상 하도급 제한 규정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6개월 이하의 사업정지 또는 1억원 이하의 과징금 같은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하도급 기간이 6개월 이상을 경우에는 유지관리 업무 등록을 취소할 수도 있다. 행안부는 지자체에 유지관리업무 취소를 요청하는 협조문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행안부 조상명 생활안전정책관은 "승강기 안전관리는 국민의 일상생활 속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실태조사에서 편법‧탈법적 위법행위가 적발된 이상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이 떨어지자 승강기 업계는 부랴부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 업계관계자는 "이번에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며 "실제로 공동수급 계약서에 들어가는 불공정한 내용이 대폭 수정된 업체들도 있다. 국정감사(국감) 이후로 변화되고 있는 부분을 근거로 정부부처와 지자체 등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안부 발표는 지난 10월 열린 국감 때 불거진 문제에 대한 후속조치다. 당시 국감에서는 불법 하도급이 '위험의 외주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2015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5년간 발생한 승강기 관련 사망자는 37명이나 됐다.

인명피해는 대부분 추락사고였다. 엘리베이터 신규 설치는 특성상 건물의 기본 뼈대가 완성된 이후 진행된다. 이때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공간은 수직으로 뚫려 있어 늘 추락 위험이 따라다닌다. 이런데도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하는 비계가 설치되지 않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의원은 "미국과 독일은 비계용 설비를 만들어서한다. (이 안에) 케이지만 안전하게 만들어주면 사고가 나더라도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며 "미쓰비시와 오티스 등 외국계 업체의 경우 해외 공사 현장에서는 작업용 비계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안전대책이 미흡한 비계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승강기업계 빅4 대표들이 국회에서 현안 질의를 받았다. (사진=고정훈)
승강기업계 빅4 대표들이 국회에서 현안 질의를 받았다. (사진=고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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