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사실상 준공에 필요한 최종 절차를 마쳤다. 그동안 벌어졌던 현대차와 서울시·국방부간 의견 차이가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이 잡혔다. GBC 착공에 속력이 붙기 시작하면서 철강과 레미콘, 승강기(엘리베이터) 등 건설과 관련된 업체들간 눈치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건축허가를 마치고 내년 초 GBC를 착공한다. GBC는 높이 569m 규모로, 지하 7층~지상 105층 초고층 건물이다. 완공되면 현재 국내 최고층 건물인 잠실 '롯데월드타워' 보다도 14m 높다. 해당 부지에는 GBC 외에도 호텔, 오피스텔 등 5개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따른 경제효과는 향후 27년간 365조원, 고용창출 효과는 121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GBC는 최종 승인을 앞두고 국방부(공군)와 마찰을 빚었다. 공군 측은 "GBC가 세워지면 인근 부대 작전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 왔다. 양측은 대화 끝에 공사를 진행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결론내렸다. 구체적으로 GBC 구조물이 높이 260m가 되기 전 공군 작전 수행에 걸리는 요소들을 해결하겠다는 내용이다.

국방부마저 조건부 승인을 결정하면서 현대차는 부지 구입 5년만인 내년 초에 첫 삽을 뜰 수 있게 됐다. 아직 안전관리계획 승인 등 절차가 남아있지만,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현대자동차 그룹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사진=현대자동차그룹)
GBC 조감도.(사진=현대차)

GBC의 착공 절차가 거의 마무리되자 철강과 레미콘 등 건설 자재 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건설비용만 약 3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인 만큼 높은 수익을 안겨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수혜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현대제철이 꼽힌다. 계열사이기에 건설에 필요한 철강재 대부분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철강업계에선 GBC에 투입되는 철강재만 H형강 6만톤, 철근 5만4000톤, 후판 3만3000톤 등 총 17만톤으로 예상한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GBC 착공이 가뭄의 단비같은 소식인 셈이다.  

유진기업, 삼표산업, 아주산업 등 수도권 소재 레미콘 기업들도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다만 공급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시행하고 있는 '8·5제' 때문이다. 8·5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근무하겠다는 제도이다. 2016년 1월 레미콘 믹서트럭 운전자들이 '저녁 있는 삶을 살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여기에 서울 풍납동 소재 삼표 풍납공장 이전도 공급차질을 부채질할 수 있다. 이전 후에는 서울 시내에는 성수동 삼표공장과 천마공장, 신일공장 밖에 남지 않는다. 결국 기초 공사 때 쉼없이 타설을 해야 하는 시공사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레미콘은 작업 후 1시간30분 이내에 공급을 목표로 한다. 시간이 넘으면 섞어놓은 레미콘을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운행시간 제한과 풍납 삼표공장 이전은 치명적이다.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공급 부족 문제가 한번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승강기(엘리베이터) 업계도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GBC에만 엘리베이터가 120대 이상 설치될 정도로 당분간 보기 힘든 대형프로젝트이어서다.

사업성 외에도 상징성을 무시할 순 없다. 국내 최고층 건물에 들어서는 만큼 엘리베이터 업체로서는 자사의 기술력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각자 초고층 엘리베이터에 적합한 기술력을 적극 홍보하고 있는 만큼, GBC 입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120대가 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만큼 1개 업체보다는 다수의 업체가 선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승강기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장 큰 건물이라고 평가받는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복수의 업체가 참여했다. 때문에 GBC도 2개 내지 3개의 업체가 선택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엘리베이터 업체들은 사내 태스크포스팀(TF)을 꾸려 입찰 준비를 진행 중이다. 착공 이후 엘리베이터 업체 선정도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H형강, 현대제철은 GBC 착공시 대표적인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H형강, 현대제철은 GBC 착공시 대표적인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사진=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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