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매각자인 금호산업과 매수자인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9일 현재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이 우발적 채무 리스크가 높다"며 금호산업에 세부 조건을 제시한 상태다.

당초 금호산업과 HDC현산은 오는 12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연내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우발적 채무가 발목을 잡았다. 우발적 채무란 현재 채무로 잡히지 않았지만 향후 채무로 돌아올 수 있는 일종의 빚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가지고 있는 우발적 채무로는 기내식 사건으로 인한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꼽힌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꾸면서 물량 부족 현상에 시달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금호그룹 총수 일가가 사익을 편취했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다. 변경된 기내식 업체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 1600억원 어치를 구매해서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현대산업이 인수합병 마무리 작업에 착수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공정위는 금호그룹 박삼구 전 회장과 임원 1명 등을 검찰에 고발하고,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징벌 수위도 결정할 계획이다. 추후 조사결과에 따라 과징금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자 HDC현산은 우발적 채무에 따른 손해배상 한도를 구주 매각대금의 10%로 제시했다. 특별손해배상은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추가 지출이 있을 것에 대비해 쌓아놓는 충당금이다.

하지만 금호산업은 손해배상 한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금액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구주 31.05%에 대해 4000억원 수준을 요구했으나, 결국 3200억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금호리조트 지분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반대로 갚아야 할 금액은 많다. 내년 4월 금호고속 부채 1300억원을 KDB산업은행에 상환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금호그룹이 결국 '백기'를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현재 금호그룹 상황에서는 HDC현산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 결국 심각한 타격을 입는 곳이 금호그룹"이라며 "다만 SPA 전까지 관련 논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어 세부적인 내용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추가로 금호고속까지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금호그룹이 현금과 현금성 자산, 금융상품 등을 다 더해도 동원 가능한 금액은 340억원 수준이다. 이미 금호산업 지분(45.3%)과 광주 유스퀘어 자산도 채권자에게 담보로 잡혔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매각 자금 역시 대부분 금호산업의 재무 건전성 확보에 쓰일 예정이다. 나가야 할 차입금이 많다보니 자금 사정은 좋지 않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HDC현산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협상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 중 하나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금호고속 등 다른 계열사 매각에 대해선 검토한 부분이 없다"며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예정대로 12일에 SPA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홈페이지)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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