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자급제 스마트폰 활성화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방송통신위원회가 자급제 단말기 이용자의 편의성을 위해 ‘이동통신 자급제 단말기 유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자급제 단말기 가이드라인은 다음 달인 2020년 1월부터 시행되는데, 일단 2년간 운영된 뒤 타당성 검토를 통해 다시 개선된다.

자급제 스마트폰을 통한 서비스 가입 거부가 금지되고, 이동통신사가 자급제 스마트폰 가입자에 대한 유통점 수수료를 차별할 수 없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이다. 또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제조사는 자급제 단말 공급을 거절하거나 수량을 제한할 수 없다.

다만,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제작 단계에서의 자급제 단말 공급 거절 및 수량 제한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사실상 제조업체의 경우 10만대 등 단말기 제작을 위한 최소 수량을 요구한 것이 현실이다. 이 경우 정당한 사유가 인정돼 자급제 공급 거절 및 수량제한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중요한 수수료 차별 금지 조항 역시 단말기 판매촉진을 위한 수수료는 예외로 했다. 자급제 단말기 가이드라인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이야기다.
휴대폰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시 선택약정할인 25%와 보편요금제 도입 병행을 주장하는 정부와, 매출 및 영업이익 저하 등 기업활동에 악영향을 우려하는 관련업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알파뉴스.라이브)
휴대폰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시 선택약정할인 25%와 보편요금제 도입 병행을 주장하는 정부와, 매출 및 영업이익 저하 등 기업활동에 악영향을 우려하는 관련업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알파뉴스.라이브)

자급제 활성화 위한 '자급제 단말기 가이드라인'...내용은?

 
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이동통신 자급제 단말기 유통 가이드라인’이 2020년 1월부터 시행된다. 최근 국회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자급제 단말기 활성화 정책 등을 통해 자급제 단말기 이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자급제 단말기 유통 과정에서 특정 이동통신사의 우회적인 불‧편법지원금 지급, 이용자의 선택 제한, 부당 차별 등 이익침해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이에 대한 명시적 법률 규정도 없었다. 이에 방통위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이동통신사, 단말기제조사, 유통점이 참여하는 가이드라인 연구반을 통해 그동안 제기된 소비자민원, 불‧편법 판매사례 등을 검토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자급제 단말기 ▲제조 및 공급단계에서의 공급 거절‧중단‧수량제한 행위 및 서비스 연동규격의 차별적구현 행위 금지, ▲판매단계에서의 특정 이동통신사 가입조건과 연계한 차별 행위 금지와 단말기 판매가격(부가세 포함) 영업장 게시, ▲서비스 가입단계에서의 업무취급 등 수수료 부당 차별, 업무처리 거부‧지연 및 가입절차 추가 요구 행위 금지, ▲AS 및 분실‧파손 보험 제공조건 부당 차별 행위 금지 등이다. 방통위는 ‘자급제 단말기 유통 가이드라인’이 시장에서 이행·안착될 수 있도록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와 불공정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과 관계자는 “이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자급제 단말기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우회적 지원금, 이용자 차별 등의 불‧편법적인 행위가 방지되고 단말기 유통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후생이 더 증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미지 편집=백연식 기자)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미지 편집=백연식 기자)

방통위의 자급제 단말기 가이드라인이 등장한 배경은

단말기 구입과 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이슈가 이어져왔다. 2017년, 선택약정할인 25% 상향 등 정부의 통신비 인하 대책을 어느 정도 막기 위해 SK텔레콤 등 이통사가 꺼내든 단말기 완전 자급제 카드는 2017년, 2018년 통신업계의 핫 이슈였다.
 
다만 통신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법을 통해 도입될 경우 선택약정할인 25%제도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유통망 구조조정으로 인한 일자리가 없어진다며 법제화는 반대해왔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자급제폰 활성화를 통한 자급제 강화 효과를 추진해왔다. 이 정책의 핵심은 거의 모든 단말기의 자급제폰 출시다. 정부는 올해 초, 이통3사 공통으로 출시되는 단말기를 모두 자급제 단말로도 판매하고, 10만원대 저가 자급제 모델 출시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급제 단말기 출시 확대 및 활성화는 예상과 달리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급제 단말 활성화를 위해 방통위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자급제 단말기’를 이용자가 특정 이동통신사의 서비스 가입을 조건으로 구매하는 단말기(이동통신사향 단말기라 칭함)와 달리 이용자가 가전매장, 온라인쇼핑몰 등을 통해 구입해 이동통신사 및 요금제를 자유로이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라고 정의했다.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이미지 편집=백연식 기자)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이미지 편집=백연식 기자)

명목 뿐인 자급제 단말기 가이드라인? 한계는?

자급제 단말기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은 ▲자급제 단말기 공급 거절 등 금지(단말기를 제조‧공급하는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자급제 단말기의 공급을 거절·중단하거나 그 수량을 제한하는 행위 금지)와 ▲서비스 가입조건 혜택제공 금지(자급제 단말기를 판매하는 자가 특정 이동통신사 가입 조건과 연계하여 자급제 단말기에 대한 추가 할인 또는 이에 상응하는 혜택을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 금지) ▲수수료 차별 금지(이동통신사가 자급제 단말기의 약정개통 및 서비스 선택‧유지와 관련하여 대리점에 지급하는 업무취급 수수료, 요금 및 부가서비스 선택 수수료, 회선유지관리 수수료 등에 따른 수수료의 지급 조건을 이동통신사향 단말기와 차별하는 행위 금지) 등이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에서 예외 규정으로 자급제 단말기 공급 거절 등 금지 조항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수수료 차별 금지 조항의 경우 ‘단말기 판매촉진을 위한 수수료는 제외’ 등을 달았다.
 
정부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자급제 단말기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자급제 단말기가 이통사향 스마트폰과 달리 유통망에서 이통사의 지원금 및 판매장려금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수료 차별 금지를 담았는데 단말기 판매촉진을 위한 수수료는 제외시켰다.
 
이에 대해 김용일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과장)은 지난 4일, 열렸던 전체회의에서 “자급제 판매는 양판점 등에서 판매되는 것이라 이통점, 대리점은 해당(판매)되지 않는다”며 “다만, 소비자가 단말을 구입하고 나서 가입 단계에서 대리점이나 이통사 판매점에 (서비스) 가입을 신청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수료에 대해 이통사에서 판매하는 것과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라 설명했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전체회의에서 “일반 판매점에서는 수수료를 적게 받을 수 있고, 이것이 규제이기 때문에 차별이 없어야 하는데 판매점에서는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일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이 갖는 한계가 있어서 일선 판매점에서 규제가 이뤄지도록 실효성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니터링을 잘해서 연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조사는 단말기 제작에 최소 주문 수량(예, 10만대)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갤럭시S10 등 인기 프리미엄 단말이 아닌 중저가폰이 자급제폰으로 나오기 힘든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조항을 넣었기 때문에 이것이 인정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사유가 인정되면 자급제폰 출시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은 전체회의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이 부분이 너무 추상적이다. 조사해보면 상습적으로 상당 부분에 집중돼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용일 방통위 과장은 “가입 단계에서 나오는 이용자차별행위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며 “어느 정도 현실화 되면, 더 정교하게 규정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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