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상대로 항소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FCC는 지난 22일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미국의 중소 무선통신업체나 브로드밴드(광대역통신) 제공업체들에 대해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85억 달러(한화 약 10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화웨이나 ZTE의 신규 장비 구매나 기존 장비 유지 비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FCC를 상대로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제5 순회 항소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화웨이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대해 법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미 법원이 FCC가 지난 11월 22일 통과시킨 위법적 결정을 중지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송 리우핑 화웨이 최고법무책임자(CLO)가 “화웨이와 같은 기업을 단지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사이버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라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FCC는 미국의 지방 통신사들이 유니버설 서비스 펀드(Universal Service Fund)를 통해 화웨이 장비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는 화웨이가 안보 위협이라는 증거를 FCC가 제시하지 못했으며 지난 5월 화웨이를 거래 제한 명단에 올린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안보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내려진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FCC는 화웨이 항소 소식과 관련한 논평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화웨이는 미 연방 제5 순회 항소법원에 FCC가 화웨이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분류할 때 화웨이에 적절한 법적 보호 절차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FCC의 결정을 위법으로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화웨이는 FCC가 미국 헌법·행정 절차법 및 기타 법률을 위반했으며, 증거 또는 합리적 추론 또는 분석으로는 자의적 발견과 해석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MWC 상하이 2018에서의 화웨이 전시관의 모습

송 리우핑 최고법무책임자는 아짓 파이(Ajit Pai) FCC 의장과 여러 FCC 위원들이 화웨이가 보안 위협에 해당한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증명할 그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해 3월 FCC가 처음 금지 제안을 제정한 이후 화웨이와 미국 지방의 통신사들이 제기하고 있는 사실 및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웨이는 FCC의 이번 결정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거주민과 기업들에게 어떠한 해로움을 주는지를 정리한 21개의 세부 의견서도 제출했지만, FCC가 이 역시 모두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몬태나주 및 켄터키주의 소도시와 와이오밍주의 농촌지역 등에 있는 美 전역 지방 통신사들은 장비의 품질과 무결성을 고려해 화웨이와 협업하기로 결정했다”며 “FCC가 미국의 지방 커뮤니티들을 연결하려는 공동의 노력을 중지시켜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글렌 나거(Glen Nager) 화웨이 법률 소송 담당 변호인은 FCC가 자체적으로 화웨이와 다른 중국 회사를 겨냥해 기준이 약한 규칙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FCC는 국가 보안과 관련된 판단을 내리거나 해당 판단에 의해 유니버설 서비스 기금(USF) 운용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결국 FCC의 이번 결정은 법에 의해 규정된 위원회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글렌 나거 변호인은 FCC가 화웨이를 국가 안보의 위협요소로 지정한 것은 법적⋅사실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FCC의 결정은 증거에 기반하지 않고, 중국 법에 대한 오해와 부적절하고 신뢰할 수 없는 사고에 기반한다”며 “본 결정은 가장 부끄러운 편견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카이(Karl Song) 화웨이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FCC 결정은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하는 미국 지방 도시들의 연결성 개선을 저해하는 것”이며 “외딴 지역이나 복잡한 지형이 있는 곳, 그리고 거주자가 많지 않은 농촌에는 다른 통신장비 기업이 진입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자’ 혹은 ‘단순히 화웨이 장비를 다른 업체로 교체하자’는 주장은 수억 달러의 비용 소모를 불러오고, 심지어 소규모 통신사업자들을 파산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제안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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