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부활 뱃고동을 울릴 수 있을까. 군산조선소는 조선업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2017년 7월 가동을 중단했다. 그로부터 어느덧 2년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중소 협력업체들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파산지경에 처했고, 군산뿐 아니라 전북 지역 전체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이런 이유로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조선시황이 어려워 당장은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재가동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5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전북도는 전날 '조선산업발전 상생회의'를 개최했다. 국내외 조선시황과 조선산업 생태계 현황 등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전북 내 조선기업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인사도 참여했다.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한 이후 처음 열린 회의인데다 현대중공업 측도 대화 테이블에 나서면서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조선 협력업체들은 "파산지경이다. 하루 빨리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해야 살아난다. 그래야만 군산 지역 경제도 상생할 수 있다"며 "군산 조선업 생태계가 붕괴되지 전에 일부 수주 물량이라도 군산조선소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지난 2017년 이후로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지난 2017년 이후로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사진=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8년 군산시 소룡동 매립지 터 180만㎡에 공사비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다. 25만톤 급 선박 4척을 한꺼번에 건조 가능하다. 130만톤급 도크 1기와 1650톤급 골리앗 크레인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때 군산조선소는 관련 인력만 5000명이 넘으며 호황기를 누렸다. 그러나 조선업이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지난 2017년 가동을 멈췄다. 인력은 23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85개사에 달했던 협력업체은 20개로 대폭 줄었다. 자연스럽게 군산 지역 경제도 어려워졌다.

때문에 군산조선소 재가동은 군산 지역 전체의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다. 현대중공업도 당시 "2019년에는 재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지키기 어렵게 됐다.

이날 회의에서도 현대중공업은 "조선 시황을 고려할 때 즉시 재가동은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군산조선소 재가동의 절실함과 200만 전북도민의 열망을 잘 안다"며 "군산조선소는 선박 수주물량이 급감해 불가피하게 가동을 중단했지만 수주물량 확보 시 재가동할 수 있도록 40여명이 상주하며 조선소 기능유지를 위한 시설물 점검과 보수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북도는 재가동 관련 대화가 시작된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포함한 조선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전문가들과 기업이 함께 모여 고민하는 자리를 계속 이어 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군산조선소 부지를 매각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약 없는 재가동 약속보다는 차라리 활용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한국산업단지공단도 2년 넘게 조업을 중단한 현대중공업에 대해 입주계약 해지와 지원금 회수과 관련된 소송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측은 "수주 물량 확보 시 생산이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면서 "시설물 점검과 보수를 계속 진행하고 있어 휴업 상태는 아니다"고 했다.

8일 현대중공업이 울산 본사에서 필리핀의 최신예 호위함 2번함을 진수했다.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지난 2017년7월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사진=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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