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올해 연말의 유통업계 인사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요약된다. 디지털 전환은 최근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경영 기조다. 본업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더해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사장단 평균 연령대를 낮추고 50대 외부인사를 대표로 발탁하는 등 '젊은 피' 수혈에 나섰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부문은 1.1% 줄어든 반면 온라인부문은 12%를 웃도는 증가율을 보였다. 현재 업계가 추정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규모는 최소 100조원으로 해마다 성장세다.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생)를 주축으로 소비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전통 유통업체들로선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디지털 혁신 전도사'로 불리는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최근 GS그룹 신임 회장에 추대됐다. 지난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에 부임한 뒤 내수산업에 머물던 홈쇼핑의 해외 진출과 모바일쇼핑 사업 확장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성과를 인정 받았다. 취임 직전인 2006년 512억에 머물던 당기순익은 지난 2018년 1206억원을 기록했다.

대신 그룹을 15년간 이끌었던 허창수 회장은 당초 오는 2022년 3월까지인 임기보다 2년 앞서 용퇴한다. 허 회장은 전날 사장단회의에서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리더들이 나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면서 용퇴 배경을 밝혔다. 스스로도 경영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그룹의 디지털 혁신을 꾀하기 위해 대응 능력을 갖춘 인물들에게 바통을 넘긴 것으로 읽힌다.

이밖에 김호성 GS홈쇼핑 영업총괄 부사장과 김태형 GS글로벌 부사장 등 5명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사장단의 평균연령은 57세로 전년보다 3세 가량 낮아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인사를 통해 부사장 2명과 전무 2명을 포함해 총 36명을 승진시켰다. 나명식 현대백화점 신임 부사장(58)과 조준행 한섬 부사장(56), 류성택 현대HCN 대표이사(52) 등 60년대생 젊은 경영진이 전면이 나서면서 원로 경영진은 경영 자문을 지원하게 됐다.

(왼쪽부터) 허태수 GS그룹 신임 회장, 김성일 신임 현대백화점 디지털혁신담당, 강희석 이마트 신임 대표.

이번 인사에서 '디지털 혁신' 부서가 새로 생긴 점도 주목된다. 현대HCN의 수장을 맡아온 김성일 대표가 현대백화점 디지털혁신담당(현대IT&E 대표)으로 전보돼 이 부서를 이끌게 된다.

앞선 10월 이마트는 예년보다 2달 가량 이르게 정기 인사를 발표했다. 컨설팅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에서 15년간 유통부문 자문 역할을 맡아온 강희석 파트너(51)가 이마트 대표이사로 신규 영입됐다. 강 대표는 디지털 전환부문 채널 전략과 신사업 발굴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대표직에 외부인사가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전임자인 이갑수 전 대표가 1957년생임을 감안할 때 띠동갑으로 어린 강 대표의 선임은 내실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로 읽힌다.

앞서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 299억원을 기록하며 창립 26년만에 첫 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533억원)보다 832억원 줄어든 규모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통 유통업체들에게 디지털 전환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을 꾀하려면 각각의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경영진이 필요하므로 업계가 '삼고초려'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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