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에 석탄재·탄소섬유까지...日 불매운동이 불러온 국산화
맥주에 석탄재·탄소섬유까지...日 불매운동이 불러온 국산화
  • 고정훈 기자
  • 승인 2019.12.0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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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지난 7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국내 기업들이 국산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한때 일본산 제품 없이는 국내 산업 자체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번 불매운동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강화를 불러왔다는 관측이 이어진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본 맥주의 한국 수출액이 0원을 기록했다. 전달인 9월에도 일본 맥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수입량이 99%나 줄었다. 불매운동이 있기 전인 지난 7월까지만 하더라도 수입 맥주 중 일본산이 부동의 1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타격이다. 그동안 일본 맥주 수출량 중 60%를 우리나라가 수입해 왔다.  

특히 아사히를 수입·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가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39억5100만원으로, 전분기 454억9500만원에 비해 3분의 1토막이 났다.

현재 롯데아사히주류는 영업직원들에게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한 상태다. 올해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직원들은 회사를 떠난다. 불매 운동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일본 맥주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며 "수입맥주는 선택 폭이 넓어 굳이 일본 맥주만 고집하는 소비자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본 맥주 ‘아사히’를 수입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불매 운동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롯데아사히주류 홈페이지)
아사히 맥주.(사진=롯데아사히주류 홈페이지)

시멘트업계도 석탄재 국산화에 나섰다. 석탄재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우고 남은 재로, 산업 폐기물이지만 시멘트 필수 원료로 쓰인다. 거의 100% 일본에 의존해 왔다. 이를 향후 5년 내 70%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국산 석탄재가 활용되지 못한 건 가격 차이 때문이다. 국내 화력발전소가 석탄재를 시멘트업체에 보내면 1톤당 2만5000원이 들지만, 그대로 매립하면 1만원만 내면 된다. 재활용하기 보다는 그냥 묻는 편이 가격 측면에서는 유리했던 것이다.

때문에 지난해 땅 속에 묻힌 국산 석탄재는 251만톤이나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멘트업계는 석탄재를 일본에서 수입해 왔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환경부담금이 우리나라보다 높아 석탄재를 묻는 것보다는 수출하는 쪽을 선호한다"며 "국내 시멘트업계도 국내 화력발전소 등에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한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수입산 비중이 높았다"면서 "향후 우리 정부와 협조를 통해 수입산 비중을 줄이기로 한 만큼 비용 문제만 해결되면 충분히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기술적 우위에 있는 분야에서 국내 업체가 도전에 나선 경우도 있다. 수소자동차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탄소섬유에서다. 탄소섬유는 실 안에 탄소가 92% 이상 함유된 섬유를 말한다.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와 탄성은 각각 10배, 7배 뛰어나다. 또한 전도성과 내열성 등이 높아 철이 사용되는 모든 제품과 산업에 적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철을 대신하는 꿈의 물질로 불린다.

현재까지 탄소섬유 제조에 관한 노하우를 가장 많이 축적한 곳이 일본이다. 까다로운 제조 공정상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가 몇 되지 않는다. 항공과 방산 등에 사용되는 만큼 기술보유국들은 기술 유출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아직은 수소차 판매 물량이 높지 않아 많은 영향은 없지만, 관련 기술이 없다면 또다시 일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에 탄소섬유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효성은 오는 2028년까지 탄소섬유 산업에 총 1조원을 투자해 현재 연산 2000톤 규모(1개 라인)인 생산규모를 연산 2만4000톤(10개 라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효성은 내년 1월 연산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완공하고, 이듬달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2028년까지 10개 라인 증설이 끝나면 효성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19년 현재 11위(2%)에서 '글로벌 톱3'(10%)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관계자는 "5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불매운동이 결과적으로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다만 현재 일본과의 관계가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치킨 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어 어느정도 해결 방안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효성그룹 전주 탄소섬유 공장 전경, 탄소섬유는 철을 대체할 수 있어 '꿈의 소재'로 불린다. (사진=효성그룹)
효성그룹 전주 탄소섬유 공장 전경, 탄소섬유는 철을 대체할 수 있어 '꿈의 소재'로 불린다. (사진=효성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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